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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네모 세상] '하늘 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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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꽃밭'을 볼 수 있다는데 어찌 여장을 꾸리지 않을 수 있으랴. 게다가 장엄한 해 오름과 함께라니….

지리산 노고단 정상 탐방로가 일반에 개방된다. 이달 20일까지다. 그것도 일출시간 30분 전부터 한 시간 동안뿐이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8월의 노고단은 야생화가 흐드러진 '하늘 정원'이다. 하늘과 맞닿은 3만여 평 고원의 야생화 바다에 새벽 운해(雲海)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기회다.

산행은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노고단 정상까지 50분. 국립공원이라 일출 두시간 전부터 산행이 허가된다. 해뜨기 30분 전까지 정상에 도착하려면, 오전 4시쯤 출발해야 여유가 있다. 등산로는 넓고 평탄해 야간산행의 부담은 없는 편. 예약이 필수다. 인터넷 예약(www.knps.or.kr/chiri) 60명, 현장 예약은 40명이다.

우선 동북쪽을 향해 자리 잡는다. 동쪽으로 백두대간이 어깨를 겯질러 핏줄처럼 이어져 있고 북쪽으론 목장 같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해가 솟으면 하늘과 맞닿은 '하늘 정원'이 삽시간에 나타난다. 이 순간의 광선을 놓치지 않는 것이 노고단 출사의 핵심이다. 측광을 받은 초원지대와 운해의 질감이 살아나고 하늘의 색감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팬포커스를 위해 조리개는 최대한 조여 놓고 셔터 속도를 조정해 노출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무엇보다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 발 아래까지 밀려드는 운해를 담을 수 있는 행운은 그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몫이다. 오른쪽 위로 아스라이 덕유산이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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