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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빌딩·바닷가서도 콸콸 발길 닿는 곳마다 열기 넘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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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78곳)은 경북(87곳)과 충남(83곳)에 이어 전국에서 온천업소가 세 번째로 많다. 단순히 온천수가 흐르는 목욕탕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래된 여관 뿐 아니라 특급호텔·백화점 등 다양한 곳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week&이 부산 지역에 있는 온천 중 9곳을 골랐다. 저마다 다른 개성으로 부산 관광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① 동래온천노천족탕

① 동래온천노천족탕. 공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② 허심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욕탕이다.

온천장은 보통명사다. ‘온천수로 목욕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온천장이다. 부산에서는 고유명사다. 동래온천 주변이 온천장이다. 행정구역은 부산시 동래구 금강공원로(온천동)다. 신라시대부터 왕이나 귀족이 찾아와 목욕을 즐겼다하니 온천장 하면 자연스레 동래온천을 떠올리게 됐을 터다.

1970년대 온천장은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었다. 온천장과 가까이 있는 금강공원을 구경하고 목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이 기본 코스였다. 지금도 온천장에는 목욕탕과 온천여관 23개가 있다. 온천장의 ‘물’만큼은 여전하다. 동래온천의 평균 수온은 61도다. 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니 온천장에는 굴뚝이 없다. 물을 식히는 냉각탑만 있다. 2005년 동래구청에서 노천족탕을 만들었다. 하루 25t의 온천수가 공급된다. 족탕 덕분인지 2000년대 초반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던 동래온천 이용객이 지난해 220만 명까지 늘었다.

●이용정보=오전 11시~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 수·금요일은 휴장. 동래구 금강공원로26번길 21. 길가에 있어 입장료는 없다.

② 허심청

조선 초기부터 일본인 사이에 동래온천의 명성은 자자했다. 개항(1876년) 하자마자 일제는 동래온천 경영권 일부를 인수했다. 온천장이 온천 휴양지로 개발된 것도 이때부터다. 차차 일본인 전용 목욕탕이 들어서고 부산진에서 동래까지 전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물밀 듯 들이닥치자 1907년 일본 대부호 도요타 후쿠타로(豊田福太郞)가 봉래관을 세웠다. 객실만 36개에 이르는 근대식 여관이었다. 동래관광호텔의 전신이다. 농심그룹이 1985년 동래관광호텔을 인수하고 1991년 호텔 부지 옆에 5층 규모의 온천시설 허심청(虛心廳)을 지었다. ‘마음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간다’는 의미였다. 건물 4층과 5층에는 목욕탕인 천지연이 있다. 동시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1월 1일에는 하루 8787명이 목욕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목욕탕 시설은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용정보=오전 5시 30분에 문을 열고 자정에 닫는다. 연중무휴. 입장료는 주중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동래구 금강공원로20번길 23. hotelnongshim.com. 051-550-2200.

③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의 스파랜드에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족탕이 있다.

③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스파랜드’

부산에는 백화점에도 온천이 있다. 2009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는 영국의 기네스 협회가 인정한 세계 최대 백화점이다. 백화점 1~2층에 스파랜드가 있다. 백화점을 짓던 중 지하 200~300m에서 온천이 발견됐다. 원래는 워터파크와 수영장을 지으려고 했는데 온천이 발견되면서 계획을 변경해 온천탕과 찜질방으로 만들었다.

스파랜드에는 독특한 찜질시설이 많다. 물의 파동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웨이브드림룸’과 몸에 유익한 전자를 쏘여주는 ‘SEV룸’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시설이다. 히말라야에서 공수해온 소금으로 꾸민 ‘소금방’, 경기도 이천에서 가져온 황토로 가득찬 ‘황토방’이 있다. 전문 테라피스트에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스파가 입점해 있는데 여성 고객에게 특히 인기 있다. 목욕탕도 남탕보다 여탕이 더 넓고 노천탕은 여탕에만 있다.

●이용정보=오전 6시~자정까지 연다. 입장료는 어른 주중 1만3000원, 초·중·고생 1만원. 최대 4시간만 이용 가능하며 이후 추가요금을 받는다.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35. shinsegae.com. 051-745-2900.

④ 곳곳에 나무를 심어 아기자기한 정원처럼 꾸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씨메르. ⑤ 아쿠아펠리스호텔 워터파크. 규모는 작지만 슬라이드 시설까지 갖췄다. ⑥ 스파마린의 바데풀에서는 강한 수압을 이용한 마사지 효과를 볼 수 있다. ⑦ 찜질방 베스타. 부산의 유명 관광지인 달맞이 고개에 있다. ⑧ 60여 년 역사를 간직한 해운대 청풍장 온천 여관. ⑨ 해운대온천센터를 부산 토박이들은 ‘할매탕’으로 부른다. 사면이 소금으로 채워진 소금방.

④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씨메르’

부산 해운대는 겨울에도 관광 성수기다. 온천 덕분이다. 해운대 온천지구는 우동·중동의 1.4㎢ 규모로 19개 온천 목욕탕이 영업하고 있다. 해운대 온천지구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시설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씨메르’다. 본관 건물 4층에 있는데 12개의 이벤트탕이 모두 야외에 있어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다.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바깥 쪽 탕이 인기다.

이벤트 탕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꿀·소금·사케·커피 등 다양한 재료를 온천수에 섞는다. 풀 사이드바에서는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맥주나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라이브 공연과 칵테일 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200만원(세금·봉사료 별도)을 내면 오후 10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씨메르를 통째로 빌릴 수도 있다.

●이용정보=오전 8시부터 밤10시까지 운영한다. 투숙객과 피트니스 클럽 회원만 이용 가능하다. 이용료는 어른 1만6500원, 어린이 8250원.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6. busanparadisehotel.co.kr. 051-742-2121.

⑤ 아쿠아펠리스호텔

광안리해수욕장을 걷다보면 원통형 건물을 만나게 된다. 22층 높이의 아쿠아펠리스호텔이다. 평범해 보이는 호텔에 반전이 있다. 건물 5~9층에 사우나·수영장은 물론 미끄럼틀까지 갖춘 소규모 워터파크가 있어서다. 원래 객실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물놀이 시설이 들어섰다.

호텔 리모델링 중이던 2004년 온천이 터졌다. 이후 온천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를 다시 했다. 덕분에 추운 겨울 밖에 나가지 않아도 물놀이와 숙박을 한 건물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21층에는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용정보=오전 6시~오후 9시까지 연다. 입장료 주중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5000원. 수영구 광안해변로 225. aquapalace.co.kr. 051-756-0202.

⑥ 스파마린

해운대 마린시티는 부산의 맨해튼이다. 마천루와 바다가 어우러졌다. 고층 빌딩 아래 온천 명소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주상복합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건설 중이던 지난 2005년 온천이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301m) 지하에 온천이 있는 셈이다.

스파마린은 그때 발견된 온천공(온천수가 나오는 구멍)을 그대로 활용한 시설이다. 지하 1000m에서 온천수를 뽑는다. 강한 수압으로 온몸을 마사지 할 수 있는 대형 바데풀이 자랑거리다. 욕조가 깊은 탓에 키 140㎝ 이하 어린이는 출입할 수 없다.

●이용정보=오전 6시~자정까지 연다. 매달 둘째 화요일 휴장한다. 어른·어른이 구분없이 주중 9000원. 해운대구 마린시티 2로 33. spamarine.co.kr. 051-744-8900

⑦ 베스타

부산 시민들보다 외지인에게 더 유명한 찜질방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단골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에게 하룻밤 편히 쉴 수 있는 숙소가 됐다. 1만원을 내면 12시간 이용할 수 있다. 찜질방 입장권을 끊으면 온천 사우나가 무료다.

찜질방 휴게실 통유리 밖으로 펼쳐지는 전망은 덤이다. 해운대 바다와 광안대교, 날이 좋으면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여름에는 노천탕을 개방하고 옥상에 텐트 20동을 설치한다. 2만원이면 텐트 한 동을 빌릴 수 있다. 캠핑장에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현장에서만 예약할 수 있다.

●이용정보=하루 24시간 1년 365일 연다. 입장료 어른 1만원, 어린이 5000원. 해운대구 달맞이길7번길 11. vesta.co.kr. 051-743-4455.

⑧ 청풍장

해운대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때는 개항 이후다. 일본인이 세운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온천 이권을 독점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온천 개발에 나선 것은 해방(1945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청풍장도 그 즈음 문을 열었던 여관 중 하나다. 화려한 해운대에 60여 년 세월을 버틴 여관이 있다는 게 놀랍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다. 객실은 허름한 모텔 수준이지만 욕실만큼은 다르다. 두 명이 너끈히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욕조가 있다. 자체 온천공(온천수가 나오는 구멍)을 갖고 있어 객실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온천 후에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촉촉하다.

●이용정보=숙박업소라서 연중무휴다. 숙박료는 하루 4만원.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32. 051-742-0307.

⑨ 해운대온천센터

1935년에 문을 연 온천시설 ‘할매탕’을 계승한 곳이다. 2003년에 박말불(61) 사장이 할매탕을 인수하면서 해운대온천센터로 새롭게 탄생했다. 예전 할매탕은 약효가 뛰어난 온천으로 유명했다. 피부병·당뇨병·관절염은 물론 희한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몰렸다. 실제로 온천욕을 해서 병을 고친 사람도 많았단다. 아직까지 예전 할매탕을 추억하며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2006년 리모델링하면서 대규모 온천탕과 찜질 시설을 들여놔 지금은 환자 손님은 거의 없다. 박 사장은 내년쯤 온천센터 앞 건물에 예전 할매탕을 재현한 환자 전용 온천시설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용정보=1년 365일 24시간 연중 무휴다. 입장료 어른 1만원, 어린이 5000원. 해운대구 중동2로 16. haeundaespa.com. 051-740-7000.

글=양보라·홍지연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 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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