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7년뒤 달라질 가정형태|독신·동성가정늘고 계약결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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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앙일보가 창간 17년을 맞는다. 국산 새나라택시가 겨우 선보이던 시절,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은 「마이카」시대다. 그동안 가전제품의 발달과 대량 보급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앞으로의 전자시대를 맞아 가정생활의 변모는 엄청날 것이라는 예견이다. 앞으로 l7년이면 1999년, 20세기의 마지막해다. 예언자들이나 종교인들에 의해 인류의 멸망이 예언되고 있는 해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토플러」등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밝은 새시대를 예상한다. 지금 살아있는 대부분의 장년이 전세대가 맞이할 l7년후의 가정. 그 격변한 모습을 전문학자들의 진단으로 알아본다.…●
『맑은 날씨입니다. 골프치기엔 안성마춤이군요. 어서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셔서 조반을 드셔야지요.』
거실에 있는 컴퓨터가 기상시간을 알리는 부드러운 소리는 울트라 사운드다. 그 소리가 크지는 않으나 멀리까지 똑똑하게 들려오는것이 특징이다.
거의 인성을 갖추어 가는 로보트와 마이 컴퓨터는 인간이 가정생활을 영위하는데 편리합과 쾌적함을 더해준다.
이같은 21세기 과학문명은 보다 빨리 우리앞에 접근하겠지만 사람의 의식구조에는 큰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점친다.
『17년후면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되고 30대가 50대가 되어 사회의 중주역할을 맡게되지요. 지금의 20대, 30대의 의식구조가 17년후 크게 바뀌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조형교수 (이대·사회학)는 그러나 가족형태의 다양화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긍정한다.
지금의 30대, 40대 독신들은 어느 의미에서 자의적으로 독신가구를 형성하고 있다. 조사에의하면 오늘의 20대에서 독신으로 살겠다고 답한 숫자가 상당하다.
이같은 독신가구를 비롯, 이혼으로 생기는 가족형태의 다양화, 노인만으로 구성된 가정, 친구끼리 모여사는 가정, 실험가정, 계약결혼, 극단적으로 동성애 가정까지 생겨 가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할 시기를 맞는다.
『17년후면「바로 이것이 정상적인 가정이다」라는 모델을 제시, 이를 따르도록 하기보다다양화된 가정형태를 모두 정상이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조교수는 l999년의 가정은 『어떤것이 나쁘며 어떤점이 단점이다』고 규정하지 않고 이를 뛰어넘어 수용하게 되어야한다고 설명한다.
조혜정교수 (연대·인류학)는 고정관을 깨는것이 21세기를 맞는 자세가 될것이라고 말한다.
생활이 편리하고 여가가 많아짐에 따라 가정교육은 보다 정신적인 교육에 치중하게된다.바로 공동체 의식, 적과 내편을 구분짓지 않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교육을 하게 되리라고 조교수는 내다본다.
지금의 추세로 나간다면 l999년은 기혼여성의 40%정도가 직장을 가질것이며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되어 자연히 부부의 가사분담은 이루어지게 된다.
여가가 많아지고 생활이 편리해지면 사람들은 자아성취를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하게된다. 평생교육·취미생활·레저활동등이 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번성하고 있는것은 자아실현이나 성취의 길이 없는 여성들이 종교에서 이를 구하려는 노력때문이라 풀이할수있다.
1999년 여성들이 다른 분야에서 자아실현의 길을 찾을수 있게되면 교회나 사찰은 자연 그 수가 감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김형국교수(서울대환경대학원·미래학회대표)는 진단한다.
이로써 일요일마다 가족이 모여 교회로 나가는 행렬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 인구통계 (80년)에 의하면 17년후 결혼 적령기를 맞는 지금의 국민학교 학생들(10∼14세)은 남자(32만명)보다 여자(15만8천명)의 수가 훨씬 적다. 때문에 17년후 결혼풍속도는 지금과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가정이 현대의 가정과 직장의 두 역할을 담당하게될 것을 가정한다면 사실상 지금의 가족과 사회간의 구조적 모순은 더이상 유지될수 없게 돼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미래 학자들이 점친 미래는 불확실한 가정이다. 때문에 한가지 풍족(인구)과 두가지부족(토지·식량)으로 오히려 미래 환경의 질저하를 우려, 비관론을 펴는 학자도 많다.
아뭏든 미래란 바람직한 한가지 모습을 미리 그려놓고 이를 이룰수 있도록 어떻게 노력해야 되는가의 연구를 우선시켜야 반다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지금 살고있는 인류가 바로 그들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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