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달고 뛴 한 풀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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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손기정씨도 독립기념관성금 본사에 기탁
○…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가슴에달고 월계관을 써야했던 한을 독립기념관에 벽돌 한장 보태는 것으로 풀여보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손기정씨 (71·서울동부 이촌동 민영아파트D동40l호)는 한달동안 유럽여행의 여독을 풀 사이도 없이 독립기념관 건립성금을 18일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손씨는 마라톤우승의 영광을 우리민족의 것으로 돌릴수없었던 비운을 되씹고 우승기념으로 받은 희랍투구를 꼭 되찾아 독립기념관에 기증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씨가 되찾으려는 희랍투구는 희랍 아테네의 유력일간지 「브라디니」 신문사가 마라톤 우승자인 손선수에게 축하선물로 기증한것. 2천6백년전의 고대 희랍투구는 손씨에게 전해지지않고 지금까지 베를린「샤로텐·부르크」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있다.
지난달 20일 서베를린국제육상대회에 특별초청을 받아 서독과 그리스등을 다녀온 손씨는 서독 올림픽위원회 「발더·트뢰거」 씨와만나 투구반환 문제를 협의했다고 전했다.
양정중5학년때 세계마라톤을 제패한 손씨는 일장기말살사건으로 일제의 눈총을 받아 일본명치대를 어려움속에 졸업했으며 식산은행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늘 일본인들의 감시와 눈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코스를 뛰는 경기모습등이 독립기념관에 전시된다면 후진들에게 산 역사의 길잡이가 될수 있을것이라고 했다. <임수홍기자>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다 일본헌병들에게 학살된 영감님등 17명의 넋을 이제야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3·1운동당시 제암교회집단학살사건의 목격자 전동비씨 (86·여·경기도화성군달성면제암리)가 독립기념관건립에 써달라고 17일중앙일보에 성금을 내놓았다.
l9l9년4월15일 하오2시쯤. 일본헌병들은 15세이상의 이마을 남자들을 제암교회에 몰아넣고 불을지른후 뛰쳐나오는 사람에겐 마구 총질을해 17명을 몰살시켰다.
이때 전씨의 남편 안진정씨 (당시 27세) 도 참변을 당했다.
남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평생을 제암교회지기로 바쳐온 전씨는 일본의 역사교과서왜곡에 대해 치를떨며 『그들이 아무리 엉뚱한 것을 해도 진실은 변할수 없는법』이라고 했다.
전씨는 제암교회가 뭉땅 불에 타버려 독립기념관에 전시할 유류품이 하나도 없음을 안타까와하며 화가가 그림으로라도 그려 후손들에개 전해지기를 기대했다.
필요하다면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자신이 직접 화가에게 들려줄수도 있다고 했다.
전씨는 저금도 당시 불타버린 교회터에 세워진 마을어귀의 기념탑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고 있. 『일제에 빼앗긴 우리영감은 찾을길 없지만 독립의지를 불태운 영감의 넋은 기념관건립을 통해 되찾을수있다』며 전할머니는 손자들이 준 용돈을 모아 성금으로 대놓았다.

<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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