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까지 뻗친 "불장난망신" 「미스서울」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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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랑의 도피행각이었을까 아니면 불법납치극이었을까.
미국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채 센세이셔널한 매스컴의 주인공이 되고있는 미스서울 이정면양 (27) 감금 린치사건은 피해자인 이양과 현지경찰의 「납치」주장, 그리고 가해자 한승희씨(27)와 한국경찰의 「합의 도피행각」주장이 엇갈리고있는 가운데 사건윤곽이 희미하게나마 드러나고있다.

<애정행각>
두사람이 처음 만난것은 지난해12월 택시합승때였다. 한씨는 이양을 알게된 이후「필립·한」이란이름으로 재미교포2세를 사칭하며 끈질기게 접근, 곧 깊은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이양의 오빠 (41) 는 7월중순쯤 회색 피아트승용차를 타고 집에 찾아온 이양이 한씨를 소개하며 『재미교포인데 며칠후 귀국한다. 이분과 결혼하겠다』 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한씨는 주점을 경영하는 어머니 (47) 와 동생 (24)으로부터 3백만원을 받아 서울서초동에 전세아파트를 얻어 지난 7월 24일부터 8월6일까지 이양과 동거생활을 했다.
한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느날 『우리집보다 환경이 좋은 여자를 알게되었다. 장가가야겠다』 고 말하며 이양을 소개, 영동호텔 다방에서 이양을 만나기까지 했다는 것.
한씨는 지난 6월10일쯤부터 강씨이름으로 된 위조여권으로 미국을 여행하며 이양에게「마미」라 호칭하며 매일 「뜨,거운사연」 을 보냈다.
이같은 두사람의 애정행각을 알게된 이양집에서는 한씨에게 전처가 있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양의 언니 (35) 는 지난달4일 이들이 동거하는 아파트를 찾아가 소동을 벌인뒤 이양을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출국 미스터리>
이양의 가족들이 경찰에 납치신고를 한것은 지난달18일 하오.
그러나 이양은 20일하오5시쫌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곧 집에 갈텐데 왜 경찰에 신고했느냐』 고 불평을 했다. 또 21일에도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불평을 털어놓았다.
한씨도 지난달 17일과 18일하오에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순면이와 함께 잘 있으니 걱정마라. 서로 결혼하기로 하고 혼인신고하러 간다』 고 알려왔다.

<한씨와 김여인과의 관계>
의류수출상사의 사장인 김민숙씨와 한씨가 만난 것은 지난6월16일.
김씨는 지난6월b일 사업일로 미국에 갔다가 하와이에서 귀국하던 비행기안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한승희씨를 알게됐다.
한씨는 자신이 미군으로서 한국이름은 이영호이며 미국이름은 「필립·한」 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귀국후인 6월20일 세종호텔 코피숍에서 한씨와 이양이 만나는 자리에 합석했는데 한씨는 이양을『약혼녀인데 미국으로 데려가려니 힘든다』 며 『삼촌인 강상돈씨의 로스앤젤레스행 티키팅을 도와주면 당신이 해외에 보내는 상품의 통관을 도와주겠다』고 제의했다는것.
김씨는 한씨의 제의에 동의, 강씨의 티킷과 자신의 티킷을 모여행사에서 외상으로 구입했었는데 한씨가 티킷을 모두 갖고간뒤 4∼5일이 지나도록 티킷값도 지불하지않고 상품통관알선을 해주겠다는 연락도 없어 사기당한것을 알고 지난6일 서울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도 한씨가 알려준 주소로 한씨를 찾아 다녔는데 추적결과 한씨는 서울신사동 영동호텔앞 맹모씨집에『H그룹 2세』라고 신분을 속이고 45일동안 머물면서 맹씨에게도 사기를 쳐 맹씨 역시 한씨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씨 주변>
3남1녀중 장남인 한씨는 7년전 어머니가 개가한뒤 거의 떠돌이생활을 해왔다.
한씨는 강도상해·사기·밀항위조등 전과6범.4차례에 걸쳐 4년4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지난해11월 사기죄로 징역10개월을 산뒤 출감한 한씨는 외박을 일삼으며 집에 들를때마다 10여만원씩의 용돈을 요구했다는것.
한씨는 자신의 사기행각을 위해 지난7월14일 서울용답동 자동차매매소에서 서울3다1807호 피아트승용차를 4백30만원에 구입했었다.
키 1m75cm에 양순하고 미남형 얼굴을 가진 한씨는 대전고교3학년시절 부모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있는 여고2년생을 만나 동거하다 이혼했다. 전처(28)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10)과 딸(4)은 현재 어머니와함께 미국에 있다.

<이양주변>
서울 S여중고와 S공업전문대 도안과를 졸업 (77년) 한 이양은 친구화실에서 그림을 그렸었다.
이양은 한때 서울P호텔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일본인 전무 H씨(60)와 가깝게 지내기도 했었다.
이양은 H씨의 소개로 지난 4월1일 일본대사관영사부에 임시직으로 채용돼 5월27일까지 월급19만원을 받고 회계직을 맡았었다.
키lm67cm의 이양은 지난5월2일 미스코리아 경연대회 서울예선에 나이를 22세로 속이고 이유정이란 가명으로 출전, 미스 서울에 당선됐고 본선(5월l5일) 에서는 인기상을 받았었다. <한우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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