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종합평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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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새학기부터 초·중·고교 교과목의 학습지도 및 평가방법을 바꾸었다. 특정분야에 편중된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달리 교과별로 종합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을 채택, 84학년도부터는 고교 및 대학입시에 이 방법을 반영시키는 방안을 강구했다.
문교부의 개선지침은 각급 학교의 교과목 가운데 국어, 자연, 영어, 체육, 음악, 미술 등 6개 과목의 학습 및 평가방법을 이론중심에서 실험, 실습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식편중의 평가에서 다양한 학교교육의 과정을 골고루 평가하는 방법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문교부의 이러한 조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상급학교에의 입학을 위주로 시행되어온 학교교육의 파행성을 지양,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토록 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학생들의 자질과 능력을 종합평가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 조치는 일단 수긍할만 하다.
특히 평준화시책 실시이후에도 대학입시가 사지선다형을 고수함으로써 학생들이 작문 등 자기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은 외면한 채 암기위주의 학습을 해왔고 하급학교의 교육과정이 입시에 비중이 큰 몇몇 과목에 편중되어 왔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학교교육이 입시위주에서 탈피해야한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아무런 개선이 없었던 것은 학교교육이 불가피하게 상급학교 입학제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사정 때문이었다.
이렇게 볼 때 교육현장부터 성적의 「종합평가제」를 실시키로 한 문교부의 이번 조치는 학교교육과 대학입시제도가 서로 꼬리를 물어 매듭을 풀지 못했던 상황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관적 평가의 객관성이 보장되어야하고 교사들의 종합평가가 정실에 흐르지 않고 공정을 기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교부는 시·도 교위별로 지역별 여건에 따라 영역별 평가비중을 10월까지 확정해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세부지침이 과연 교사들의 주관적 평가를 얼마만큼 객관화해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종합평가가 아직 입시에 반영은 안되어도 84년부터는 입시에 직결된다는 점을 생각할 매 지금부터 충분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관식으로 출제한 문제를 갖고 객관적으로 채점하는 제도를 성공시킨 나라는 있다. 가령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 at)나 서독에서 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졸업시험인 아비투어(Abitur)는 주관식으로 출제된 문제를 놓고 복수의 채점관이 가령 문체, 논리전개 등 분야별로 채점해서 객관성을 띠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고있다.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성적종합평가제를 실시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문교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로 내신성적 반영률을 크게 높여 학교성적만으로 진학을 결정하는 경우에도 이 제도의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는 주관식평가를 어떻게, 얼마나 객관화하느냐에 달려있다.
오늘의 교육여건 아래서 교사들이 과연 정실에 흐르지 않고 사심없이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도 물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솔직이 말해서 교사 모두가 실제로 그런 일을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믿기도 어렵다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 인식인 것도 사실이다. 뿐더러 설사교사 모두가 양심적인 평가를 했다해도 그것 자체만으로 객관성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사회의 토양이나 여건에 맞지 않으면 그 제도나 구상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성적종합평가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국은 얼마 남지않은 「시험기간」을 유용하게 활용, 이 제도가 우리의 교육발전에 기여하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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