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옥득진, 대마 바꿔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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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4보(56~70)
○ . 왕 위 이창호 9단 ● . 도전자 옥득진 2단

흑▲로 붙여 옥득진 2단은 필사적인 타개에 나선다. 상변 흑은 본래 이렇게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옥득진은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 사즉생(死卽生)의 자세가 아니고서는 이창호라는 거목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백과 투혼이 이창호 9단의 심금을 울린 것일까. 56으로 치받아 응수를 살피던 이 9단은 더 이상의 공격을 멈추고 문득 58로 철수해 버린다.

'참고도1'의 백1로 꽉 받아두었더라면 흑은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흑2는 백3으로 나가 수는 안 되고 자꾸만 짐이 무거워질 뿐이다. 대국 후 복기에서 관전하던 프로들이 왜 이처럼 두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9단은 "그랬나"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많이 사나워진 이창호지만 이 대목에선 예전의 이창호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58로 두어도 충분히 좋은 형세이므로 더 이상의 강수를 연구하지 않은 것이다.

58이 만들어준 한 호흡의 여유가 흑을 살려냈다. 59, 61을 선수한 다음 63에 끊는 강수가 성립한 것이다. 63은 사실 매우 놀라운 발상이었다. 보통은 쫓기는 상변 대마를 살리기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옥득진은 상변 백 대마를 모조리 죽이고 좌변 흑을 잡는 쪽으로 기수를 틀었다(58로 물러설 때 이창호 9단은 이 수를 간과했는지 모른다).

64부터 66의 수비까지는 외길 수순이다. 그 다음 흑이 67, 69로 좌변을 통째 삼키러 오자 백도 68과 70으로 상변 백 대마의 숨통을 끊었다(70을 생략하면 '참고도2'처럼 사는 수가 있다).

이제는 흑이 좌변을 접수할 차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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