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소신에 현대판 종교재판|감신대 변선환 교수의 "교회밖에도 구원 있다" 주장이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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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학문적 소신을 천명한 기독교 신학자를 소속교단에서 「이단」으로 정죄하는 종교재판(?)이 벌어지고 있어 교계안팎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26일 조직신학자인 변선환 교수(감신대)가 현대사회연구소 주최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세미나에서 독일신학자 「한스·킹」 교수(튀빙겐대)의 말을 인용, 『비 종교인이나 무신론자까지도 진리와 정의·사랑을 갖는 양심의 명령에 따라 살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하면서부터 비롯됐다.
그는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기독교는 이제 중세서구의 배타적 입장에서 벗어나 타종교와의 대화를 적극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변교수의 이 같은 발언이 있자 소속교단인 감리교의 부흥사협의회는 즉각 변교수가 『예수로 말미암지 않고는 하나님께로 갈 수 없으며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사도신경의 진리를 왜곡했으며 감리교단의 전통적 신앙과 교리를 부정했다는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변교수는 교계신문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이 결코 성서를 왜곡하거나 감리교교리를 부정한 게 아니라는 해명을 했지만 교단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있는 부흥사협의회는 7월25일 회교수의 감신대 교수직과 교단정회원자격 박탈 등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흥사협의회는 이어 교단정책위원회를 통해 감신대 이사회와 교단자격심사위원회에 건의문을 제출, 교수직 박탈과 회원파문을 공식 청원했다.
변교수는 지난 6일 다시 교계신문을 통해 해명을 했으나 당초의 학문적 소신을 굽히지는 앉았다.
사태가 이같이 진전되자 9일에는 감신대 학생들이 학문자유의 보장을 강조하면서 ▲교권의 침해가 없도록 할 것 ▲변교수의 발언은 개인문제가 아니므로 신중히 처리할 것 ▲정죄절차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할 것 등을 요망하는 4개항의 요구사항을 감독회장에게 제출했다.
교단자격심사위는 같은 날 회의를 열고 변교수의 해명을 위한 출두를 요청했으나 마침 변교수가 와병중으로 출두하지 못해 유희되고 말았다.
이제 변교수의 정죄문제는 10월27일 교단정기총회로까지 비화될 전망인데 그 처리결과가 기독교계 내외에 미치게될 파장은 자못 클 것 같다.
크리스천 아카데미(원장 강원룡)는 감리교단내의 이 같은 파문과 관련, 10월 예정이었던 『타종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한 「대화의 모임」을 9월24일로 앞당겨 갖기로 했고 한국교회협의회(KNCC) 신학위원회도 방미중인 서남동 위원장이 귀국하는 대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어쨌든 이미 감리교단 뿐만 아니라 전 기독교계의 문제로 번진 신학자의 학문적 소신과 교단의 신앙입장이 엇갈린 변교수의 현대판 종교재판은 그 귀추가 크게 주목되는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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