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 템플 스테이 폭발적 인기

나를 변화시킨 템플스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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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람에게는 누구나 두 개의 고향이 있다. 하나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주신 곳, 또 하나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나의 진짜 고향이다. 눈에 보이는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봄에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던 꽃들은 여름이 되면 시들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꽃도 사람도 모두 되돌아간다.

▶ 손기원 (지혜경영연구소장.전 일솔회계법인 대표)

그것이 여행의 끝인가?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생명들이 모두 끝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인가? 그 짧은 인생조차 이리 저리 휘둘리면서, 무언가를 쫓고 무언가에 쫓기면서 허둥대다가 영문도 모른 채 떠나고 말면 그만인가? 사람으로 태어난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 꼭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걸 꼭 찾아서 치열하게 실천해야지.

'나의 진짜 고향을 찾아 내가 내 삶을 주도하리라'.

간절한 목표를 세우고, 아침마다 저녁마다 다짐을 하고, 성인들을 사숙하고, 책을 무섭게 섭렵하고, 명상을 흉내 내며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왠지 자꾸만 나를 유혹하는 곳이 있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벼르고 별러도 산사에서의 여름수련회에 참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전 예약, 긴급한 일 발생, 우선순위 변경, 예약 취소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4년 전 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여름수련회에 참여한 이후 '나의 진짜 고향을 찾는다'는 목표는 고향의 주소지를 알아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내가 내 삶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는 단번에 달성하고 말았다. 수련회 이후 다른 어떤 중요한 일보다 확고하게 우선순위에 둘 수 있었다는 점이 그것을 입증해 준다. 그 후 매년 템플스테이를 하게 되었는데, 다른 스케줄은 그것을 결코 침범할 수 없었다. 어떤 해는 한 해에 두 차례씩 가기도 했고, 한 곳에 두 차례를 간 경우도 있다.

매번 템플스테이를 할 때마다 나는 '나의 진짜 고향'을 찾은 듯한 편안함을 누린다. 그 고향의 기운은 나로 하여금 지식인이 아니라 지혜인으로 거듭나도록 독려한다. "지혜인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행복한 사람이다."

"지혜인은 모든 문제의 해답을 밖에서 찾지 않고 내 안에서 찾는 사람이다.""지혜인은 삶의 좌표와 신념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나에게 템플스테이는 마음의 고향을 찾는 소중한 여정이 돼주었다. 그 여정은 일상을 변화시키고 여행의 목적지를 명확하게 깨우쳐 준다.

어느날 문득 나의 진짜 고향은 내 마음속에 본래부터 있어왔음을 알고 내 마음속에 템플을 건축하게 된다. 어느덧 돈과 명예만을 좇는 허깨비 같은 자신을 뒤로하고 지혜나눔을 실천하며 행복에 겨워하는 위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손기원
(지혜경영연구소장.전 일솔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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