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 체했다고 단정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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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하품의 증세는 대수롭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가 하품만하면 이것은 틀림없이 「체했다」고 어머니들이 단정하는것이 문제다. 「체했다」는 말자체가 모호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넓은 의미로 위장장애라고 해석한다면 하품과 위장장애가 과연 어디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하품은 우리가 매일같이 보는 흔한 증세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연구가 되어있는것 같지 않다.
하품이란 호횹운동의 특수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입과 성문(성문)을 크게 벌리고 심호횹을 하는 현상으로서 팔을 뻗치는 운동을 수반하는 수가 많다.
피로의 한 표현인 수가 많다. 하품은 원숭이같은 동물에서도 볼 수 있으며 사람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볼수있는 현상이다. 하품은 전염성이 있어서 옆의 사람이 하는 것을보면 따라서 하기 쉽다.
하품을 하게되는 경우를 보면 졸릴 때, 피곤할 때, 지루할 때, 충분치 못한 잠에서 깨어났을때 잘일어난다. 아주 자버리든지 깨든지 둘중의 한가지가 일어나야할 한계 상황에서 잘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품은 그때 동반되는 심호흡을 통하여 탄산가스를 충분히 배출하고 산소를 많이 들이마시게하므로 낮아진 산소농도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하품을 한차례 하고나면 어딘지 모르게 정신이 드는것을 느낀다.
하품은 이같이 피곤하거나 졸릴때처럼 의식상태가 흐릿할 때 잘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그와 반대로 불안·공포·긴장같은 의식 상태가 고조된 경우에도 일어나는 것을 볼수 있다.
그런데 우러나라 어머니들이 아기들의 하품을 두고 내리는 진단은 소위 「체했다」는 것으로 굳어져 있는것 같다. 하품을 한다고 체했다고 뎨리고 온 어린이들을 진찰해 보면 위장장애라기보다는 그 어린이의 발열과 관련이 있는 수가 많다.
즉 무슨 원인으로든지 일이 있고 어린이가 노근해하고 피곤할때에는 하품을 잘 한다.
따라서 어린이가 하품을 할때에는 엎어놓고 체했다고 단정하지 말고 혹시 아기가 열이 없는지, 빈혈이 없는지, 어떤 피곤해할 원인이 없는지를 잘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육아법은 할머니로부터 전승받아 내려오는것이 많다. 물론 그 중에는 오랫동안의 경험에 의거한 귀중한것들도 적지 않지만, 어떤것들은 아무 근거도 없이 단순한 선인관에 의한것이 그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 많다.
홍역을 할때에는 무조건 덥게 해주어야 한다고해서 한여름 복중에도 문을 닫고 온돌방에 불을때서 땀띠로 고생을 하게 만드는 것등이 그 좋은 예가 된다.
자식이 귀할수록 좀 더 차분히 아기를 관찰하고 그후에 병원을 찾는것이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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