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조희연, 혁신학교 양적으로만 확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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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를 100곳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공모 신청을 한 학교가 목표치에 미달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조차 “양적으로만 혁신학교를 확대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선거 때부터 진보 교육감 당선을 위해 지원해 온 전교조가 조 교육감의 핵심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조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대신 혁신학교를 늘리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걸림돌을 만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초·중·일반고를 대상으로 2015학년도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 접수를 한 결과 47곳이 지원했다. 당초 목표치인 55개교를 채우지 못했다. 서울지역 혁신학교는 현재 68곳인데, 23개교가 내년 2월 지정기한이 끝나 45곳이 남게 된다. 조 교육감은 55곳을 추가로 지정해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정기한이 만료되는 혁신학교 중 4곳도 재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3일 “신청하려던 일부 학교에선 공모 접수 요건인 구성원 동의율이 50%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다른 교육청의 경우 최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지역 학교에선 혁신학교가 큰 호응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무리하게 혁신학교를 양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며 “숫자 늘리기에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질적으로 심화시키고 학교별로 학교 혁신이 정착되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교조 측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신청 학교를 무조건 선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학교장이 예산 욕심이나 자기 사람 데려오기, 혁신 흉내 내어 승진하기 등의 이유로 혁신학교를 무리하게 신청한 곳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탁·신진 기자

◆혁신학교=2010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도입한 뒤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 정책이 됐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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