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끼발언에 실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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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역사왜곡에 관해서 우리는 「스즈끼」(영목선행)수상의 정치적 결단을 기다려왔다. 「비탄도」유도탄처럼 상궤를 벗어난 문부성 사람들의 언행에 재갈을 물리고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길은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인 수상의 단안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역사교과서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을 것인가를 놓고 일본정부와 정계에서 일고있는 논란을 지켜보는 사람의 눈에는 마치 개의꼬리가 몸뚱이를 gms드는 것처럼 기괴하게 보였다.
외상이 왜곡된 역사의 수정을 역설하는 바로 그 시간에 문부성에서는 차관과 국장들이 「수정절대불가」를 결의한 것은 일본정부가 일종의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스즈끼」 수상은 정부내의 이런 대립과 갈등을 조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다.
그의 입장을 한층 어렵게 만든 것은 문부성관리들의 배후에 자민당의 문구족이라는 막강한 우익로비가 포진하고있고 그들이「후꾸다」(복전)파, 「다나까」(전중)파, 혹은 「나까소네」(중조근)파의 주력들이라 자민당총재재선을 노리는 「스즈끼」수상으로서는 역사왜곡 문제에 관한 행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음을 우리가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수상의 수상됨은 그런 현실적인 자민당의 집안사정을 누르고 왜곡된 역사의 시정같은 대의를 살리는 역량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린 의미에서 우리는 23일 「스즈끼」수상의 역사왜곡문제에 관한 기자회견내용에 크게 실망했다.
그는 한국과 중공의 높은 기대를 저버리고 『…검점교과서의 기술이 보다 걱절한 것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그는 왜곡시정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이 우리의 요구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부성의 국수주의자들과 자민당우파들의 입장에 결과적으로 동조하는 것같은 인상을 주는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문제되어 있는 역사왜곡을 바로잡는데「보다 적절한 것」이라는 비교급의 노력이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리고 그는『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어법이다.
일본정부의 최종안이라는 것이 나흘 뒤에 나올 것이라면 23일현재 「스즈끼」수상은 그내용을 모를 수가 없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말이 고작『최선을 다하겠다』뿐이라면 결과는 보나마나요, 문제는 정말 심각한 것이다.
그가 과거의 전쟁에 대한 책임과 반성, 한-일및 중-일 공동성명에 대한인식의 불변의 바탕위에서 역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역사왜곡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시정의 언질을 주지 못한 그의 발언에서 우리는 27일 이후의 심상치 않은 사태를 걱정하지 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역사왜곡을 시정하라는 우리의 경당한 요구는 타협되거나 에누리할 성질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 시정을 주저하고 2년후, 3년후로 미루는 것은 시간을 벌자는 속셈밖에 안된다.
일본신문들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의 의분과 합의, 그리고 시정요구는 관제가 아니라 가슴속에서 스스로 터져 나오는 민중의 소리임을 일본사람들은 잊지 말아야한다.
세계의 여론 또한 일본편이 아니다. 만의 하나, 우리정부가 타협할 의사를 비친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일부정치인들이 온건론쪽에 미련을 가져도 국민들은 그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제아무리 경제대국이라 해도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살지는 못하는 것이 오늘의 세계다. 역사왜곡이 일본을 얼마나 고립시키고 있는가는 일본자신이 잘 알 것이다.
우리는 27일 있을 것이라는 일본의 해결방안 발표를 앞두고 「스즈끼」수상에게는 수상자리를 건 진정한 정치적 결단을, 자민당 문교족들과 문부성의 황국사관논자들에게는 최소한 상식에의 복귀를, 그리고 일본의 양식있는 지식인들과 언론에게는 보다 큰 목소리의 대정부압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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