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원천봉쇄 … 투기 묶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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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정부는 3일 5차 부동산 고위 당정협의에서 판교 등 신도시가 단순 차익을 노린 투기판이 되거나, 높은 분양가로 주변의 집값을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협의의 주목할 내용은 ▶판교 등 모든 공공택지에 대한 원가연동제 적용▶중대형 채권입찰제 부활▶최장 10년간 전매제한 등이다. 아울러 ▶일부 공공택지(판교는 25.7평 초과분만)의 주택공영개발제 적용▶중대형 전세형 임대주택 공급▶판교 내 중대형 물량 확대 등이 포함됐다.

다섯 차례에 걸친 당정 협의로 8월 종합부동산 대책의 윤곽이 잡혔다. 당정은 앞으로 토지 시장 안정 방안을 추가로 논의하는 한편 여론 수렴에 들어가 오는 31일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 모든 공공택지에 원가연동제 적용=당정은 공공택지 가운데 투기가 우려되거나 주택정책 목적상 공공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곳에서는 주택공영개발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공영개발은 건물을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이 직접 맡아 짓는 것이다. 택지(땅) 부문의 공영개발은 판교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당정은 주택공영개발로 건설되는 주택의 임대 및 분양 비율은 시장 수급 상황과 입지 특성을 감안해 정하기로 했다. 주택공영개발 지역에서 짓는 임대주택의 중대형 일부는 보증금만 내고 임대료를 내지 않는 전세형으로 공급하고, 시장이 공급 부족으로 불안해질 때 일반에 분양하는 데 활용된다. 공공부문이 언제든지 분양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재고'를 비축하겠다는 의미다.

당정은 모든 공공택지에서 현행 25.7평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는 원가연동제를 25.7평 초과 중대형 주택에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대형 주택의 경우 주택채권을 발행해 처음 분양받은 사람의 시세차익을 환수하기로 했다. 채권입찰제는 1983년 4월 처음 도입돼 99년 7월에 폐지됐던 것이다. 채권입찰제 상한을 시세차익의 얼마로 할지는 따로 검토해 정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시세차익의 70%였다.

당정은 원가연동제를 적용받는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수도권 과밀억제 및 성장관리권역에서 5년, 기타 지역에서 3년으로 정해진 전매제한 기간을 각각 10년, 5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전매제한 기간 내에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나오면 주공 등 공공부문이 우선 매수할 권리를 갖는다. 이때 매수가격은 시세가 아닌 분양가에 정기예금 이자 정도만 얹어주는 수준이다.

◆ 판교 주택 10년간 전매제한=당정은 판교의 25.7평 초과 중대형 주택에 대해서도 ▶주택공영개발 방식을 적용하고▶물량 중 일부를 전세형 임대주택으로 건설하며▶건설물량을 10%(2680가구) 가량 늘려 중대형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단독택지를 일부 아파트 용지로 바꾸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판교의 25.7평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이미 택지를 계약한 민간업체의 권리를 존중해 주택공영개발 방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판교의 모든 평형에 대해 원가연동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1000만원 안팎으로 낮추고 중대형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처음 분양받은 사람이 주변시세와 분양가의 차액을 반환하게 할 방침이다. 판교의 모든 주택은 전매제한 기간이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는 "판교의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분당.용인 등의 집값이 급등한 만큼 판교 등 신도시의 분양가를 인하해 주변 집값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남은 일정과 시장 반응=당정은 '국민이 참여하는 대책을 만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여론 수렴에 나선다. 열린우리당은 10일과 12일 부동산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당정은 17일 제6차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토지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한 뒤 31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부동산시장은 8월 대책을 의식해 관망 중이다. 2003년 10.29 대책 전후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했던 것처럼 시장에서는 대책의 강도와 영향을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5차 당정협의에서 논의된 원가연동제 전면 도입 등이 실제 시행될 경우 분양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론 수렴 과정에서 전매제한 10년 등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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