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저장된 카톡 사후 감청은 적법” 대법 판례와 따로가는 자의적 법해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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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01면

검찰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 없이도 다음카카오 서버에 저장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신제한조치(감청) 영장으로 확보하는 게 적법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는 ‘송수신이 완료된 통신 내용은 감청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또 전기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무 법제화에 대해 ‘현실적인 감청영장 집행 개선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비법 개정안을 21일 국회에 제출했다.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에 대한 대검찰청 연구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다음카카오 서버에 저장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일의 시차를 두고 확보하는 것은 현행 통비법 규정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행법과 해외 감청영장 집행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카카오톡 감청과 관련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빚어지고, 다음카카오 측이 감청영장의 위탁집행에 불응하자 TF를 출범시켰다. ‘통신제한 조치 감청영장 집행 개선방안’을 연구하겠다는 취지였다.

TF에는 대검 반부패부, 공안부, 강력부, 기획조정부, 과학수사기획관실, 정보통신과 등 6개 부서 실무자들이 참여했다. 해외 사례 연구는 해외 주재 법무협력관들이 맡았다.

검찰은 카카오톡 감청이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서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음성통화 감청 때에도 통신중계기에 녹음기를 달아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짧은 시차를 두고 확인했던 전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의 경우에도 감청(lawful interception)이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가 된 대법원 판례와 카카오톡 감청은 전혀 다른 사례여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위탁집행을 거부 중인 다음카카오에 대해선 단순 거부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통비법상 전기통신사업자가 영장집행에 협조할 의무는 있지만 처벌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이 직접 다음카카오 서버에 접근해 영장을 집행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는 통비법 개정안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17, 18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던 법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안보 관련 사건이나 중대범죄 수사를 위해 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무화를 검토해 볼 순 있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이를 활용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투명한 통제”라고 말했다.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 강행 결론과 정치권의 통비법 개정 논의를 놓고 법조계에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도외시한 채 아날로그적 관행에 매몰돼 편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의 ‘열쇠공’ 발언에 비춰 볼 때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의 적법성 판단 역시 이미 내린 결론에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장은 “(카카오톡 위탁집행이 어렵다면) 검찰이 직접 집행할 수 있다. 다른 압수수색에서 문을 안 열어 주면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여는 것처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감 이후 김 총장이 “감청영장 집행 개선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검찰 편의적으로 법을 해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법기관은 아직도 우편물 검열시대의 마인드로 국민 통신의 기본권 제한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메일, 인스턴트 메신저, 모바일 메신저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수많은 형태의 통신수단이 등장했고 앞으로도 등장할 텐데 우편물 검열식의 아날로그 마인드로 새로운 매체를 바라본다면 어떤 법익이 우선돼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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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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