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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질병 집계 늦어 수습차질|63명 사망·실종이 처음엔 2명 태풍피해|검사늑장...「진성」판명 전 사망도 뇌염증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각종 재난과 질병발생의 행정보고가 턱없이늦어 당국의 사태파악과 대책이 번번이 뒷북만 치고 있다. 지난13일부터 영남지방을 감타한 태풍 세실호 참사만 해도 모두 63명의 인명피해와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전국의 재해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보고 받아 대책을 세워야할 중앙재해대책본부는 14일 상오 6시까지 실종1명·사망(익사)1명으로만 파악, 처절한 현장 사정과는 달리 한가로이 시간을 낭비했다. 장티푸스·이질 등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는 요즘 보사당국 역시 공식집계로는 지난6월말 현재의 질병보고만 접수한 채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으며 뇌염환자의 진성 여부를 가리는데 2주일이상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염병이나 재해발생의 경우 정부차원의 방역이나 구조 작업을 서둘러 실시하면 소중한 인명의 회생을 줄일 수 있는데도 재해의 경우 경기보고를 하루 한차례씩(0시∼6시 사이)밖에 받지 않고 방재계획관 마저 7월 이후 공석으로 남겨두고 있다.
또 질병발생집계는 두달 뒤에나 나오고 있어 사후 약방문식 대책을 되풀이 하고 있다.

<재해대책본부>
짐중피해가 났던 14일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상오6시 현재 인명피해를 사망1명·실종1명 등 2명으로, 정오 현재는 사망5명·실종1명 등 6명으로 집계, 피해가 경미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언론기관에서는 이날상오10시 현재 이미 사망·실종을 19명으로 보도해 9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고 정오 현재는 23명으로 나타나 피해규모와 사태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해대책본부집계는 그 뒤에도 계속 늦어 하오2시 현재의 인명피해를 사망·실종18명으로 집계했으며 하오6시 현재는 사망·실종이33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오6시 현재 언론기관의 비공식집계는 사망·실종이 이미 4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 때문에 태풍 세실이 우리나라를 비켜가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았던 정부는 엄청난 피해규모를 뒤늦게 파악, 대책수립에 당황해야 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시·도의 행정기관요원들이 낮에는 현장나가 사고규모파악및 수습을 하고 밤에야 사무실에 돌아와 보고를 하기 때문에 수시보고를 하는 내무부나 언론기권의 집계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방역>
5월부터 방역비상근무에 들어간 보사부는 전국 검역소·보건소등에 2천4백24개 설사 상담소를 설치하고 2천5백74개소에 모니터를 지정해 각 시·도에 관할 모니터 현황을 매일 보고하도록 하고있으나 이는 사실상 형식에 불과한 실정.
지난6월1일 서울수서동에서 발생한 일가족4명이 장티푸스에 걸렸으나 발생5일이 지나도록 서울시가 보고조차 하지 않아 보사부는 모르고 있었으며 요즘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뇌염증세도 발생2∼3일 후에야 보고되거나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적지 않은 실정.
이는 일선의료기관의 일손부족과 안이한 자세가 원인이기는 하나 이 때문에 방역이 때를 놓칠 우려가 많다. 이번 태풍 세실이 몰고 왔던 경남산청·합천, 전일남 광양등 수해지역에서도 수해 뒤 식수원오염 등으로 각종 수인성질환의 발생이 예상되지만 현재 보사부에는 단 1건의 설사환자 등 보고도 없다.
뇌염의 경우 1주일간격으로 두 차례 혈창을 채취, 혈구응집억제반응검사를 해야만 진성여부를 가릴 수 있는데 1차 혈청채취 후 1주일만에 해야하는 2차 혈청채취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진성여부를 가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2주일이나 걸리는 진성판명 전에 환자가 숨지기도 한다.
전염병 발생상황은 각시·도가 일일보고를 하고있으나 공식집계는 월말보고를 통해 내고있어 8월18일 현재 보사부의 공식통계는6월말 현재의 것으로 올들어▲장티푸스38명▲파라티푸스2▲디프테리아 2▲세균성이질 7▲소아마비 2▲백일해 89▲홍역 1천4백55▲유행성 임파선염 (볼거리)2백▲성홍열 18▲수막구균성 수막염 2▲파상풍 2▲공수병이 1명 뿐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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