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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아쉬움 남긴 광복특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광복절 기념 특집극은 일제치하를 겪지않은 해방뒤 세대들에 민족의 수난을 일깨워 주자는데 큰 목적이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진실된 역사기록과 그 때의 분위기를 바르게 표현하는 고증 아래 꾸며져야 할 것이다. 이번 특집극 역시 이런 점에 문제가 있었는데 보기를 든다.
ⓛ고증문제
KBS의『그 여름의 이름』에서 남방셔츠 같은 요즈음의 옷차림이나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자가 등장한 건 국민복이나 몸빼로 통일했던 그 시절의 전시분위기와 다르고 흰색의 경찰복도 옳지 않으며 사령관까지 참모견장을 걸게 한 것도 일본군장을 몰랐던 탓이다.
쇠붙이라고는 모두 거둬간 판국에 교회종이 남아 있다는 것, 형사가 갖지 않은 무기로 권총질하는 것도 억지고, 8월인데도 모내기철의 개구리울음으로 효과음을 삼은 것도 우습다.
MBC의 『한』에서 단재의 분장은 턱수염이 없는 팔짱낀 모습이었어야 했고 당시엔 없었던 고무신으로 일화를 소개할게 아니라 미투리짚신이어야 사실에 맞다.
조산원이란 말도 생기기 전이니 산자라는게 옳고 법정도 그 때는 검사나 판사가 한자리에 앉았으며 법복도 무궁화가 아닌 국화무늬 홍장을 달아야 했다.
잔디 깔린 언덕에 세운 광개토왕비도 실제는 평지에 있었고 만주에는 잔디가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잘못된 것이다.
②사보
『그 여름의…』가 드라마라지만 카운트다운 하듯 8·15를 맞는 상황설정도 어색하고 해방전날에 학병때문이 아닌 사상범으로 쫓기는 픽션도 그 때의 실상에 어긋나며 광복군의 서안비행장 모습이나 몽양과 고하가 악수하는 장면, 일본인이 패전 뒷일을 염려하여 몽양에게 손을 뻗친걸 두고 통치권이양이나 되는 것처럼 크게 역사적 의미를 둔 구성도 사실을 바르게 본 게 못된다.
『한』에서 단재가 임정조직 때 이박사가 미국에 위임통치를 청원했기에 대통령추대를 반대한 것으로 꾸민 것은 국무총리의 잘못이었고 위임통치청원을 탄핵하고 독립신문과 논전한것은 그뒤의 일이다. 백범이 독립신문편에 서서 단재와 맞선 장면도 그가 이박사를 탄핵하는데 동조했던 사실에 비추어 잘못 그린 것이다.
또 단재가 광개토왕비를 보며 감격해하는 것도 왕릉을 발로 재어보는 장면으로 꾸몄어야 정확한 일이고 외세 때문에 단애한 것으로 만든 장면도 개화사상을 지녀 자진하여 머리를 잘랐던 사실과 맞지 않다.
결국 『그 여름의…』에서 몽양을 둘러싼 몇몇 얘기 말고는 거의 픽션인데다 그나마 사실마저 해방을앞둔 이를 사이로 견강부회하였으니 역사를 고친 꼴이 됐고 『한』은 대중시청층의 취향위주로 엮어가 중요한 단재의 정신묘사를 소홀한 점이 켰다.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로 사실을 추적한 KBS의 뉴스파노라마중의『148인의 전범문제』나 MBC의 뉴스센터가 엮어낸 『역사의 현장이 없다』라는 르포물이 상대적으로 강한 설득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1일 KBS제2TV의「11시에 만납시다」에선 널리 알려진 『임정36호』와 관계된 항일투쟁사실이 증언됐다.
그런데 당사자의 말속에 히까리호가 부산에서 봉천을 왕래하던 보통열차여서 자기도 그 차에 탔었다고 했는데 히까리는 하르빈까지 가던 특급열차였었음은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력이 흐려진 탓이겠지만 세균무기제조로 악명 높던 「이시이」부대가 이차에 싣고 가던 세균핵을 폭파하였다는 부분은 여간 궁금스럽지가 않다.
전후 소련에서 열렸던 하바로프스크 군사법정에서 한 이부대 책임자의 증언기록을 보면 그런 사실은 없고 세균제조는 석정부대장이 고안한 8개의 배양기로 생산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숨긴 샘이니 역사의 기록을 위해서도 세밀한 사건경위를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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