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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반군 수장 “포로셴코 1대1로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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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페트로 포로셴코(左), 이고리 플로트니츠키(右)

무력 충돌이 장기화되며 외교적 해결이 갈수록 요원해지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부 분리주의 반군 간 분쟁 해결책으로 ‘결투’가 등장했다.

 동부 루간스크주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수장 이고리 플로트니츠키(50)는 19일(현지시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페트로 포로셴코(49)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4100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있는 양측 교전을 멈추기 위해 슬라브족 전통에 따라 1대1 결투를 벌여 이긴 쪽의 뜻대로 하자는 내용이다.

 제정 러시아를 비롯해 중세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안 유럽의 귀족과 군인들은 다툼이 생겼을 때 서로 합의한 무기를 사용해 결투를 벌였다. 보통 새벽에 일정 간격을 두고 서 있다가 신호에 따라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식이었다. 결과는 가벼운 상처에서 사망까지 다양했다. 19세기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은 아내에게 구애하던 프랑스 장교와의 결투에서 총을 맞고 38세에 숨졌다. 갈루아 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도 결투로 21세에 요절했다.

 플로트니츠키는 “내가 내거는 조건은 모든 전투 중단, 루간스크·도네츠크주에서 정부군을 포함한 모든 군대의 철수,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공화국 간 협상 개시가 전부”라며 “평화 조약이 비준되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경제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결투를 위해서 “양측 각각 참관인 10명, 언론인 10명을 대동하자”며 “장소와 무기는 당신이 선택하고 TV로 생중계해도 좋다”고 했다. 플로트니츠키는 포로셴코에게 “결투를 통해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목숨 바쳐 보호할 준비가 돼 있음을 증명하라”고 도발했다.

 플로트니츠키의 공개서한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예브게니 페레비이니스는 “여성인 나제즈다 사브첸코를 교활하게 납치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넘긴 플로트니츠키에겐 우크라이나 법정과의 결투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냉소했다. 플로트니츠키는 반군 사령관으로 활동하던 지난 6월 정부군 조종사인 사브첸코를 생포, 러시아 정보기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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