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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콩탕, 청·장년 직화구이, 어린이 떡볶이 … 3대가 함께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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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뷔페’라는 단어를 듣고 출장 뷔페나 구내 식당 같은 메뉴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최근 한식 뷔페는 패밀리 레스토랑 못지 않은 분위기와 메뉴, 고급 디저트를 제공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7월 CJ푸드빌이 ‘계절밥상’을 선보인 이후 이랜드의 ‘자연별곡’, 신세계푸드의 ‘올반’ 등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했다.

여기에 중소기업인 ‘풀잎채’까지 가세하며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식사 시간대에는 1시간 이상씩 대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대여섯 차례 테이블이 회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비결은 바로 삼대(三代)메뉴. 어린이부터 청·장년층, 어르신까지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 덕분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슷해 보이는 메뉴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각 브랜드에 삼대를 위한 상차림을 주문했다.

‘한식 뷔페’ 브랜드 4곳에 삼대를 위한 상차림을 주문했다. 평일 런치 뷔페를 기준으로 매장에 비치된 음식과 식기를 이용해 차려냈다. 계절밥상의 버섯돌솥비빔밥, 자연별곡의 버섯탕수, 올반의 귀리옥수수밥과 시골콩탕, 풀잎채의 곤드레 비빔밥 등 전문 한식당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메뉴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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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밥상

이름 그대로 제철 식재료를 강조한다. 지난 1년 동안 동아·하얀 민들레·마·오디 등 50여 가지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내놨다. 예를 들어 지난 겨울에는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고 하는 박과의 식물인 동아(동과)를 이용해 동아 초절임, 동아 된장국, 동아 겉절이 등을 선보였다. 현재는 가을 뿌리 채소들을 이용한 연근 튀김과 뿌리채소 무침, 뿌리채소 솥밥 등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 입구에 농특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계절 장터’를 여는 것도 특징이다.

계절밥상에선 어르신들을 위한 메뉴로 버섯돌솥비빔밥과 무동치미를 제안했다. 계절밥상 인사동점은 CJ 푸드빌의 ‘비비고’ 브랜드와 연계한 돌솥비빔밥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또 인사동 매장 한쪽에는 투명한 유리창 안으로 장독대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숙성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매일 담근 장아찌와 동치미를 뷔페 메뉴로 제공한다. 큼지막하게 썰어 구운 옥수수와 감자구이, 조청을 뿌린 구운 가래떡 같은 전통적인 주전부리도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청·장년층을 위한 먹거리로는 가마 고추장 삼겹살 구이와 쌈채소를 제안했다. 고온의 황토 가마에서 구워 기름기는 빠지고 고추장 양념이 깊게 배면서 불향이 나도록 했다. 청경채·양상추·치커리·쌈케일 등의 쌈채소에 고추장 삼겹살 구이와 마늘종을 얹고, 고추냉이 마요네즈·땅콩·감식초·참깨두부 등의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육류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선 언양식 바싹 불고기 볶음면을 제안했다. 돼지 불고기와 양배추, 대파 등의 채소를 우동면과 함께 볶은 요리다. 달착지근하면서도 짭쪼름한 맛이 난다. 여기에 채소를 생으로 잘 먹지 않는 점을 감안해 스틱 채소를 곁들였다. 길쭉한 모양의 채소를 투명 컵에 색색으로 꽂아 뽑아서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이곳의 대표 디저트는 뻥아이스크림이다. 뻥튀기 과자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는 메뉴다. CJ푸드빌의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콜드스톤의 아이스크림과 커피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의 커피를 별도의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평일 점심 성인 기준 1만 3900원.

자연별곡

자연별곡은 ‘왕의 이야기가 담긴 팔도진미 한식 샐러드바’를 컨셉트로 내세운다. 이 때문에 왕과 관련된 이야기를 입힌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표고버섯 탕평채·궁중 떡갈비 등이다. 붕당 정치로 인해 당쟁이 끊이지 않자 영조가 신하들과 탕평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올라온 녹두묵 무침을 두고 ‘탕평채’라 부르자고 했다는 설이 있다. 녹두묵에 북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을 상징하는 4가지 색이 한데 섞여 있어 이 같은 설이 생겼다. 왕의 구첩 반상을 형상화하기 위해 뷔페 접시를 9칸으로 나눠 만든 것도 특징이다. 한식 반찬에는 국물이 잘 생겨 음식이 한 데 섞이기 쉬운데, 이를 방지하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이곳에선 어른들을 위한 메뉴로 버섯탕수를 추천했다. 향이 좋은 표고버섯 튀김을 달콤한 사과 소스로 버무린 요리로 소화 때문에 고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고기 대신 버섯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청·장년층을 위해선 묵은지 고등어찜을 제안했다. 생선 요리는 자칫 비리기 쉬워 대부분의 한식 뷔페에선 꺼리는 메뉴로 꼽힌다. 하지만 자연별곡에선 고등어를 묵은지와 함께 쪄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기농 채소에 고추장 양념의 직화구이, 경상도식 부추무침을 곁들여 먹도록 했다. 닭겨자잣즙 냉채는 닭가슴살과 채소를 잣즙을 더한 겨자소스에 버무린 요리로 겨자의 톡 쏘는 맛을 좋아하는 40~50대를 겨냥한 메뉴다.

자연별곡의 메뉴에는 육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손자·손녀를 위한 메뉴로 남도식 떡갈비와 간장닭봉구이를 제안했다. 간장닭봉구이는 쫄깃한 육질의 닭봉과 닭날개를 마늘 간장 소스에 버무린 요리로 전 연령층에서 인기가 높은 메뉴다. 여기에 면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성향을 반영해 붉닭볶음면을 내놨다. 이곳에선 디저트로 찹쌀 경단을 팥죽에 찍어 먹는 ‘팥죽 퐁듀’를 즐길 수 있다. 흑임자 아이스크림 역시 별미 중 하나로, 고객 중에 흑임자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첨가해 ‘흑임자 아포가토’를 만들어 즐기는 이도 있다고 한다. 평일 점심 성인 기준 1만 2900원.

올반

한식 뷔페의 후발주자로 나선 올반은 식재료로 승부수를 띄웠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충북 충주의 장안 농장을 지정 농장으로 선정하여 적근대잎, 로메인, 쌈케일 등을 공급받는다. 쌀은 철원 오대미만을 사용하고, 매장 내 위치한 올반 방앗간에서 직접 도정해 밥을 짓는다. 주력 메뉴로 내세우는 두부 역시 파주장단콩을 사용하고, 이를 매장의 공개된 주방에서 불리고 갈아 고객들이 제조하는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장아찌에도 공을 들였다. 저염 단기숙성 기술을 이용해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숙성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시켰다.

올반에선 어르신들을 위한 메뉴로 닭간장구이와 귀리 옥수수밥, 시골콩탕을 제안했다. 닭간장구이는 보은 선씨 종가 선영홍 가문의 음식을 뷔페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간장에 재운 닭을 은은한 불에 구워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귀리 옥수수 밥은 철원오대현미쌀, 홍천 옥수수와 귀리로 만드는 건강 잡곡밥으로 식감이 졸깃하다. 귀리는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가 많아 혈압을 떨어뜨리고 배변을 용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어르신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골콩탕은 파주 장단콩을 불려 갈아낸 뒤 멸치 육수를 부어 돼지갈비, 연배추, 무채양념을 넣어 만든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 요리다.

청·장년층을 위한 메뉴로는 고추장 가마 삼겹살 구이와 쌈채, 오콩볶음밥을 추천했다. 고추장 가마 삼겹살 구이는 화산석으로 제작한 원형 가마에서 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구워 직화의 맛을 살렸다. 오콩 볶음밥은 오징어 콩나물찜에 밥을 볶은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메뉴로는 미강 타락죽과 분식, 꼬마김밥을 추천했다. 미강 타락죽은 도정한 쌀에서 나온 미강에다 귀리를 넣고 끓인 죽이다. 귀리에 포함된 필수아미노산이 어린이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에는 국물 떡볶이가 있다. 연근·단호박·고구마 세 가지 튀김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꼬마김밥은 당근·부추·단무지를 잘게 다져 말아낸 것으로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올반의 인기 디저트 메뉴는 옛날 풀빵이다. 노란색 주전자에 반죽을 담아 매장에서 직접 성형틀에 구워낸다. 성형틀은 황학동 시장에서 공수한 것이다. 평일 점심 성인 기준 1만 4900원.

풀잎채

풀잎채는 지난해 초 경남 창원에서 출발한 중소기업 브랜드다.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에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등 현재 전국에 8곳의 매장을 갖추고 있다. 공과대학 출신인 정인기 대표가 기계설계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간편한 두부 제조 기계를 개발하면서 98년 두부요리 전문점을 창업한 것이 현재 풀잎채의 모태가 됐다. 당시 개발한 두부 만드는 기계는 현재 매장에서도 그대로 쓰고 있다. 풀잎채의 인기 비결은 저렴한 비용에 곤드레밥, 냉면 등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단품 메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곳에선 어르신들을 위한 메뉴로 5가지 산채나물과 오리구이, 냉면을 추천했다. 나물은 곤드레·고사리·피마자·다래순·참나물 등 평소 가정에서 접하기 힘든 산채나물을 선보이고 있다. 함흥냉면은 매일 직접 반죽을 만들어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올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면을 뽑아 제공하기 때문에 면발이 졸깃한 것이 특징이다. 물 냉면과 비빔 냉면 두 종류가 준비돼 있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청·장년층을 위해선 곤드레 가마솥밥과 도토리 수제비 들깨탕, 직화구이와 모듬쌈채소를 추천했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한 곤드레밥은 주문하는 즉시 즉석에서 밥을 안치기 때문에 식사 시작 전 미리 주문해 두는 것이 좋다. 돝솥밥은 따로 퍼내 강된장과 함께 비벼 먹고, 돝솥에 남은 밥에는 둥글레차를 부어 숭늉으로 먹으면 곤드레 비빔밥의 구수한 맛을 보다 잘 느낄 수 있다. 도토리 수제비 들깨탕은 쇠고기 육수에 들깨와 졸깃한 도토리 수제비가 한데 어우러진 메뉴다.

어린이들을 위한 메뉴로는 더덕·멸치 주먹밥과 돈가스, 오징어 표고만두 등을 제안했다. 밥 위에 더덕과 더덕장을 얹은 더덕 주먹밥과 멸치·김·단무지로 만든 멸치 주먹밥은 채소나 멸치를 꺼리는 아이들이 한 입에 조금씩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곳의 대표 디저트 메뉴는 아이스크림을 올린 팥빙수로 얼음에 연유 시럽을 넣고 팥과 콩가루를 버무린 인절미를 올린 뒤 나뚜루 아이스크림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평일 점심 성인 기준 1만 2900원.

글=김경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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