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최룡해’인가 ‘최용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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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북한 실세인 최용해 노동당 비서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지난 10월에는 황병서 등과 함께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고 돌아갔다. 며칠 전에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다.

최용해가 뉴스의 인물이 되면서 그의 이름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런데 각 언론이 ‘최용해’ ‘최룡해’로 달리 표기해 혼란을 주면서 어느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적잖게 들어온다. 이런 혼란은 근본적으로 두음법칙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남한에는 두음법칙이 있지만 북한엔 없다.

 남한에서는 여자(女子), 양심(良心)이라고 하는 데 비해 북한에선 ‘녀자’ ‘량심’이라고 한다. 지명도 마찬가지다. 북에서는 낙동강(洛東江)을 ‘락동강’으로, 용암포(龍巖浦)를 ‘룡암포’로 표기한다.

 두음법칙이 적용되다 보니 남한에서는 ‘ㄹ’로 시작하는 단어가 외래어 외에는 아예 없다. 단어 첫머리에 오는 ‘ㄹ’은 발음이 거북해 ‘ㄴ’이나 ‘ㅇ’으로 바꾼다. ‘쾌락’의 ‘락’이 단어 첫머리로 가면 ‘ㄴ’으로 바뀌어 ‘낙원’이 된다.

 1992년 국립국어원 국어심의회는 북한 지명·인명 등 고유명사는 남한 어문규범에 따라 표기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북한 고유명사도 우리말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 어문규범에 맞게 써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지명은 물론 이름의 성도 두음법칙을 적용한다. 김정은의 부인 이름이 북한에선 ‘리설주’이지만 우리는 ‘이설주’로 적는다. 북한 ‘리(李)’씨를 우리식 ‘이’씨로 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문제는 ‘최용해’처럼 성 뒤에 오는 이름이다. 이름에서도 똑같이 두음법칙이 적용된다. ‘金龍星’인 경우 ‘용 룡(龍)’자이지만 ‘김용성’으로 적는다. 이름을 부를 때 ‘용성’이라 하지 ‘룡성’이라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金麗玉’도 ‘화려할 려(麗)’자이지만 ‘김여옥’으로 표기한다. 따라서 ‘최룡해’의 이름인 ‘룡해’ 역시 우리식 ‘용해’로 적는 것이 타당하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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