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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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광경

<강원도영월군하간면례밀2이173>
저기 저 흐르는 것은 구름인듯 내모습인둣
점동새 두어 마리가 한가히 대낮의 고요를 쫘대는 망경산 가파른 산굽일 꿈틀꿈틀 기어 오를라치면 내는 허물을 벗는 한 마리 작은 꽃뱀이되고, 항아리 속에 갇혀있는 서러운꽃배암이 되고, 그래설라므네 오늘도탈출을 기도해 브았지만, 역시 허사가 되야 뿌리고 그저 요렇게 퍼질러앉아 다시 터져 흐르는 울음을 훔치면, 산도 또한 돌아 앉아서 그 굵은 팔묵으로 눈물을 씩 문질려 뿌리고, 그러니깜시롱 피리소리 보다 더진한 대 꽃 같은 울음소리에 저 퉁명스런 산도 어깨를 둘먹들먹 거리며 왼종일 따라 울었다. 요런 말이되고, 내는 다시 항아리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실음에 갑자기 콧날이 시큰시큰 해 왔지만 이제는 목어 메어 더 울지도 못하고, 그저 혓바닥만 낼름 거리며, 바이 없는 몸짓으로 떡갈나무 밑 응달에 또아리를 틀다 생각하니,
불현듯 이 자리에서
한개 돌로 굳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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