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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리빙] 혹시 우리애 휴대폰·PC도 '울긋불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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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사촌형과 며칠 놀다 온 여섯 살 난 아들이 "샤오샤오 너무 멋져"하며 발길질을 해댄다. 도대체 샤오샤오가 뭘까 궁금하던 엄마 이모(서울 잠원동.35)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봤다. 요즘 선풍적 인기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었다. '졸라맨'같은 단순한 캐릭터가 등장해 시종일관 싸움을 한다. 대부분 흑백이지만 액션 장면에선 붉은 피가 너무도 선명하게 튄다.

# 초등학교 4학년 딸이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올 초부터 계속 졸랐다. 학원 갔다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는 게 염려돼 결국 마련해줬다. 요금은 2만원 정액제로 했다. 그런데 지난달 부과된 요금은 무려 20여만원. 2만원을 초과한 뒤 친구들끼리 콜렉트콜(수신자 부담)을 걸어가며 몇 시간씩 수다를 떤 결과였다. 딸을 야단쳤더니 어떤 아이들은 게임.동영상 서비스 보느라 휴대전화 요금을 자기보다 더 많이 쓰기도 한다며 울먹였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컴퓨터는 물론 휴대전화에까지 파고드는 폭력.선정적 콘텐트에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아이가 자제하는 방법을 몰라 컴퓨터.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문제. 방학을 맞아 아이가 부모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 기회에 아이가 쓰는 컴퓨터.휴대전화를 함께 '건강 검진'해보고 사용 방법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 휴대전화는 '공공의 적'?

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 단장은 "음란.폭력 콘텐트에 노출되는 나이가 유치원생까지 확대됐고 부모가 신경 써야 할 매체가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전화(특히 모바일 서비스)까지로 늘어난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은 11일 청소년보호위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건강한 모바일 환경 만들기 정책 토론회'를 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중 15% 정도는 음란물을 휴대전화로 본 적이 있으며, 청소년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18세 이상만 이용 가능한 고스톱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간단하게 음란물 서비스를 이용하는가 하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손쉽게 성인 인증을 받아낸다. 'X등급''야설'같은 제목의 성인용 콘텐트, 모바일 서비스 되는 여배우의 누드 따위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그나마 모바일 콘텐트의 접근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은 비싼 요금과 컴퓨터보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화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 내 아이 잡는 '설마?'

6학년 아들을 둔 김모(서울 논현동.39)씨는 자신의 집 컴퓨터만큼은 건강하다고 자부했다. 본인도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뿐 아니라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확실하게 깔아 놓았으며 음란.폭력물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아들과 충분히 대화해 왔기 때문. 이런 방지책에도 어느날 그의 집에도 '그것'이 떴다. 문제의 장본인은 전날 놀러온 이웃 아이. 아들은 "나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실해도 이웃 형이 그러는데 설득할 방법이 없더라"고 했다.

간단한 내용이라고 해서 사용 등급의 제한 없이 배포되고 있는 플래시 게임도 문제다. 일곱 살짜리도 자주 하는 '옷 입히기'게임 중에는 최근까지 단순하게 묘사됐지만 나체가 등장하는 것도 있었다. 어떤 게임에는 목이 잘려 공처럼 굴러가는 등 신체 훼손 장면도 나왔다. 이런 내용은 학부모정보감시단이 모니터링해 해당 포털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해 없어졌다. 그러나 플래시 게임이 언제,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질지 모르는 상황. 재미있더라는 소문만 퍼지면 순식간에 유포된다. 우리 아이만 다잡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 그래도 해법은 '대화'

아무리 부작용이 염려돼도 자녀의 컴퓨터를 '불시 검문'하는 것은 금물이다. 평소에 아이가 하는 게임을 함께 보며 관찰하고, 서비스 회사가 등급 제한 없이 유포하는 저급한 콘텐트는 왜 이용하면 안 되는지 설명해주어야 한다. 김애숙 푸른 아우성 사무국장은 "컴퓨터.휴대전화를 일일이 검사하기보다는 음란물은 가짜 성이고 상품이란 것을 대화로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정보와 매체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녀 스스로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이름과 주소, 가족 정보를 함부로 알리지 말고▶ 부모의 신용 정보를 이용해 사이트 회원에 등록하지 않으며▶이상한 e-메일을 받으면 즉각 부모에게 알린다는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자녀와 약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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