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수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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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경찰의 최근 통계가 있었다. 세계 도처에서 위조되는 달러는 지난해의 경우 5천 8백만 달러에 달했다. 그 한해 전인 80년엔 1천 7백만 달러. 연간 3배도 넘는 폭증이다.
한층 놀라운 것은 이미 8백만 달러의 위폐가 진짜 돈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리의 인터폴 (국제경찰) 본부도 눈에 드러난 달러 위조는『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달러 다음으로 인기 (?) 있는 위조는 서독의 마르크 화다. 액수는 모르지만 적지는 않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의 엔화나 영국의 파운드 화는 위조가 쉽지 않다. 일본 돈은 우선 8색도로 인쇄되어 상당히 정밀한 기술이 요구된다. 영국화는 금속선이 들어있어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근착 미 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에 따르면 요즘의 화폐 위조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록스로 복사해 오프세트 인쇄기로 찍어내면 그만이다. 다색도는 문제도 아니다.
가짜달러가 주로 통하는 곳은 아프리카만이 아니다. 유럽의 변두리에서도 예사로 쓰인다. 프랑스에선 13년이나 통용되었던 1백 프랑짜리 지폐도 있었다.
월드 리포트 지는 정작 그 인쇄술보다는 조직적인 범죄집단에 더 주목한다. 특히 지하의 마약범죄조직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그럼직하다.
위조지폐는 그런 범죄조직을 통해 무슨 상품처럼 팔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유럽의 경우 서독은 그 중심지이고, 여기서 생산된 위폐는 벨기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으로 팔려 나간다. EC 역내에서 밀반출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인터폴의 위조지폐 식별법이 있다. 첫째는 지질. 우선 두껍고, 느낌이 거칠다. 둘째는 인쇄. 선명, 정밀도에서 차이가 난다. 셋째 인물화. 그림이 평면적이다.
먼나라 얘기가 아니라, 요즘은 우리나라의 은행 수표까지 위조하는 국제범죄단이 나타났다. 수법도 달러 위조범과 비슷하다. 홍콩의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인쇄, 한국으로 잠입했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 7백장.
이들은 우선 중간상 구실을 하는 환전책을 물색해, 명기금액의 몇%를 이문으로 주었다.
우리나라 은행수표가 국제적인 성가를 얻은 것을 반가워하기엔 사건이 너무 크다. 규모가 크다는 뜻보다도 그것이 가져올 혼란이 더 걱정스럽다.
우선 우리나라 수표의 디자인은 모든 은행이 같다. 그만큼 위조하기도 쉬울 것이다. 게다가 출입국이 수월해지면서 별난 범죄도 다 생긴다. 이젠 은행금고에 물을 퍼 부으려는 범죄까지 일어나고 있다. 설마 우리나라 은행을 업신여기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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