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10분내 샤워, 10분내 용변 지침 불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 중대장 업무를 보고 있는 강병규 대위. 아래 사진은 신병 훈련 중인 강 대위의 모습(둘째줄 오른쪽에서 둘째).

"뭐, 그 친구가 우리 중대장님이라고?"

최근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소재 육군 2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신병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은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다. 신병훈련소 입소 첫 주 동안 함께 훈련을 받았던 까까머리 강봉구 이병이 하늘 같은 훈련소 중대장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된 것이다. 그간 중대장에게 반말은 물론 불평까지 죄다 내뱉었던 터였다.

이 사단 신병교육대 2중대장인 강병규(29.육사 56기) 대위는 8일 '210번 강봉구'라는 이름표를 달고 훈련병으로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그는 여느 훈련병과 마찬가지로 훈련복장과 소지품 등 보급품을 수령받고 동화교육과 입소식.군대예절 등으로 이어지는 1주차 신병교육을 마쳤다. 신병훈련은 모두 5주간 받는다. 강 대위의 잠행에 대해 부대 간부와 훈련 조교들은 알고 있었지만 함께 입소했던 훈련병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인분 사건과 GP 총기난사 사건 등을 보면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걱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래서 병사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지 잠행을 통해 확인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힘든 훈련을 받는 어려움도 병사들과 함께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강 대위는 사회에서의 편리한 생활이 몸에 밴 훈련병들이 "10분내 샤워" "10분내 용변"과 제한된 장소에서 활동해야 하는 훈련소의 요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봤다. 물 마시는 행동까지도 일일이 훈련조교에게 물어보도록 하는 것도 과도한 규제로 느껴졌다. 그는 훈련병들의 이같은 불만사항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강 대위는 "솔직히 나 역시 훈련받는 동안 불편함을 너무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훈련소에서 구타와 욕설.폭언 등 비인격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조교들이 '군기'라는 명분으로 훈련병을 놀라게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고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승태 훈련병은 "봉구 이병이 중대장님이란 사실을 알고 동기생 모두 놀랐다"면서 "훈련병의 입장으로 돌아가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중대장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적극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위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번 체험을 바탕으로 신병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교육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