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 '눈물의 한국신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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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승현(22.한체대.사진)이 남자 평영에서 연달아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승현은 29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장드라포 공원에서 벌어진 2005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평영 200m 예선에서 2분17초89에 터치 패드를 찍어 재일동포 윤주일이 1992년 작성한 종전 한국 기록(2분18초27)을 0초38 앞당겼다. 무려 13년 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 치운 쾌거다.

유승현은 25일 평영 100m에서도 1분02초86의 한국 신기록으로 이번 대회 무더기 한국 신기록 작성의 물꼬를 튼 주인공이다. 유승현이 평영 100m에서 조광제의 한국 기록을 0초08 앞당긴 것을 신호탄으로 한국 선수단은 박태환(남자 자유형 200m), 정슬기(여자 평영 100m), 유정남(남자 접영 200m), 이남은(여자 배영 50m) 등이 줄줄이 한국 신기록을 쏟아내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유승현은 한번 연습에 들어가면 손발이 저릴 정도로 물살을 가르는 '연습벌레'다. 근성과 성실성에서도 한국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원래 단거리 자유형 출신이었지만 한규철.김민석 등 쟁쟁한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무명의 설움을 겪다 평영으로 종목을 전환한 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은 어려운 가정 환경을 이겨낸 밝고 긍정적인 성격. 유승현은 초등학교 시절 수영 때문에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소년체전에 출전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지방으로 손수 운전해 내려오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이후 어머니가 수영장 주변에서 지인들에게 수영 용품을 팔며 근근이 생계를 잇는 넉넉지 않은 생활을 했지만 유승현은 단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고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 수영 관계자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편 여자 수영 사상 첫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를 밟은 이남은은 이날 여자 배영 50m 결승에서 29초35의 기록으로 최하위인 8위에 그쳤다. 전날 28초95의 한국신기록을 세운 이남은은 큰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출전자 가운데 유일하게 29초를 넘겨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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