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회견, 역풍 맞을라” 자민당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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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정치권에는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는 총리의 기자회견의 성패에 따라 선거 결과의 70%가 좌우된다는 속설이 있다. 딱히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대표적인 게 2005년 8월 8일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다. 그는 쪽지나 모니터 한번 보지 않고 결연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봤다. “오늘 국회에선 우정민영화가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난 다시 한번 국민에게 ‘정말 민영화가 필요 없습니까’라고 묻고자 합니다. 난 우정민영화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은 단 1명도 공천하지 않겠습니다.” 확고한 의지를 느끼게 한 이 회견으로 수세에 몰렸던 고이즈미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다. 결과는 압승이었다. 반대 사례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다. 2012년 8월 “가까운 시일 내에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고 내뱉은 뒤 11월의 해산 회견에서 한 말은 고작 “해산하기로 한 건 석 달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란 것이었다. 해산의 명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그런 점에서 18일 아베 신조 총리의 회견은 ‘낙제점’에 가까웠다는 게 중론이다. 메시지가 명확하지 못했고 모순을 드러낸 발언도 잇달았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러다 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을 정도다. 아베는 회견에서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그래서 내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 인상을 연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제가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2017년 4월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상한다’는 건 모순의 극치”(에다 겐지 유신당 대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기로 했으니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소비세를 인상하겠다는 정당이 지금 한 곳도 없는데 그게 어떻게 총선의 쟁점이 되느냐”(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는 반론이 거세다.

백미는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합해 과반을 얻지 못하면 퇴진하겠다”고 한 대목. 하나마나한 너무도 당연한 말이란 반응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었다”는 현직 각료들의 황당해 하는 반응을 전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고용이 100만 명 늘었다”고 자랑을 반복한 데 대해서도 “비정규직만 늘고 정규직은 오히려 9만 명 줄었다. 유권자를 오도해도 유분수”(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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