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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외인 몸값 상한 규정 '흔들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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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로농구 각 팀 감독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지난주까지 미국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서머 캠프를 관전했다. 데려오고 싶어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에이전트들이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연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 선수를 여러 구단에 소개, 경쟁을 붙여 몸값을 올리는 에이전트도 있었다. 좋은 예가 올루미데 오예데지(2m5㎝)다. 오예데지는 중국 베이징 소속이던 1월 한.중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의 기량을 인정한 한국의 4~5개 구단이 접촉했다. 오예데지의 지난 시즌 연봉은 18만 달러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요구한 연봉은 40만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각 구단의 움직임에도 이상한 점이 있다. 두 개 이상의 구단이 영입 대상으로 꼽은 선수 가운데 상당수의 연봉이 한국농구연맹(KBL)의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을 크게 넘는다. KBL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의 연봉을 28만 달러,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을 2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에서 뛴 리 내일런(2m4㎝)의 연봉은 74만5046달러, 러시아에서 뛴 토레이 브락스(2m3㎝)는 62만 달러, 터키에서 뛴 디온 글로버(1m97㎝)는 80만7546달러였다. NBA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뛴 타이런 네스비(2m2㎝)의 2002년 연봉은 326만 달러였다.

유럽의 빅리그 격인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에서 뛰는 선수들의 연봉은 40만 달러 이상이고, 독일.스웨덴.네덜란드 등은 한국과 비슷하다. 거의 모든 구단이 영입하고 싶어하는 드미트리우스 알렉산더(사진 (上))는 지난 시즌 스페인에서, 놀런 노먼(下)(이상 2m3㎝)은 이탈리아에서 뛰었다.

각 팀 감독들은 비싼 선수와 접촉한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규정대로 뽑아서는 절대 다른 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두가 룰을 위반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다. 뒷돈을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지 않으냐"고 털어놓았다. 비싼 선수가 한국에 온다면 갑자기 기량이 줄었거나 규정을 어겼다고 의심해 볼 만하다. KBL 규정에 따르면 이면 계약을 한 사실이 적발된 구단은 최고 10억원의 제재금을 문다. 하지만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시한은 9월 30일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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