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75년 만에 '내집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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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그룹이 창립 75년 만에 처음으로 독자 사옥을 마련했다. 서울 충무로 본점 옆에 새로 지은 신관이 새 둥지다. 백화점본부 사무실은 매장이 들어서는 지하와 1~14층을 뺀 15~19층에 자리를 잡는다. 신세계는 다음 달 1일 입주식을 한다. 신세계는 1930년 본점을 개점한 이래 92년까지 백화점 내의 짜투리 공간에 사무실을 차렸다.

▶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점 뒤로 신관이 완공됐다. 신관 1519층이 신세계가 처음 갖게 되는 사옥이다.

92년 삼성과 실질적으로 계열분리한 후에도 인근 대연각빌딩을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했다. 당시 삼성에서 계열분리된 CJ,새한,한솔 등이 모두 독자사옥을 마련했지만 신세계는 할인점인 이마트 사업에 역량을 모았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30억~4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해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의 지하에 있는 (구)반도조선아케이드로 이전해 지금까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 사람들은 이 지하 사무실을 '벙커'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신세계 직원들은 이번에 신사옥으로 가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간다"고 말한다.

신세계는 벙커시절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벙커로 오기 전에 10개에 불과했던 이마트 매장이 76개로 늘면서 할인점 업계 부동의 1위 업체가 됐다.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분가 후 공정거래위가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순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2000년 처음 재계 29위로 '30대 그룹' 명단에 올랐다. 지난 해 말엔 매출 15위, 자산 16위(공기업제외)로 올라서는 등 해마다 기업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구학서 사장은 "벙커에서 우리는 국내 최고 유통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며 "신사옥에선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신세계는 신사옥을 '글로벌화의 전초 기지'라고 부른다. 회의실마다 글로벌 기업의 꿈을 담은 이름을 지어 붙였다. 사장실과 기획파트 등이 있는 18층 회의실은 '어드벤처(Adventure)' '드림(Dream)'이란 이름이 붙었다. 협력업체 상담실은 '브리지(Bridge), 패션상품본부가 있는 17층의 회의실은 '밀라노' '도쿄' '파리' '뉴욕' 등 세계 패션도시 이름이 붙었다. 사원들이 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 사옥 입구에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이는 "세계 일류기업이 되라"는 선친(고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잇겠다는 이명희 회장의 의지라고 신세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기존에 사용했던 벙커 사무실 공간에는 조선호텔과 스타벅스 커피코리아 본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신세계 신사옥과 본점 신관은 2002년 12월 착공해 2년8개월 만에 완공됐다. 이 건물은 지하 7층을 포함해 26층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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