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이는 것은 우민화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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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마이니찌」(매일)신문은 26일자『과거에서 배우는 교과서야말로 필요하다』제하의 사설에서『일본교육이 폐쇄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서독이 과거의 잘못을 교과서에서 올바르게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일본은 침략의 피해자인 한국·중국의 비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사설 전문이다.
고교 사회교과서의 검정이 한국·중공으로부터 심각한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이 중국대륙이나 조선반도에 대한「침략」을「진출」「진공」으로 고친 것 등이「역사의 왜곡」이라 해서 반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교육을 밀고 나간다는 것은 장래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할 우려가 있다는 경계심도 나오고 있다.
「오가와」(소천평이)문부상의「내정문제」라는 발언의 유무는 차치하고 문부성은 교과서의 검정이 국내문제라고 이 같은 비판을 무시할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낡은 표현이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가해자로서는 알지 못한다. 일본침략사의 피해를 본 중공·한국의 비판에는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현행 교과서 제도는 민간발행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정교과서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들은 이제까지 검정이 교과서 내용에 개입하지 않도록 요구해 왔다.
그러나 문부성은 오히려 검정을 강화, 특히 내년도부터 사용될 고교역사교과서의 원고에는 눈에 지나칠 정도로 개작을 요구했다.
중공이나 한국의 비난은 국내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문부성의 정책이 초래한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대해 문부성은 공정한 입장에서 검정했고 정확함을 존중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교과서에 자기 나라를 나쁘게 쓰는 예는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검정 당사자도 있다.
그것은 발뺌으로 이들 교과서 내용을 읽어보면 역사를 속이고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우리들은 국제사회에 살고 있고 교육도 폐쇄적이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속이는 것은 상호이해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가 된다. 일본과 마찬가지 과거를 갖고 있는 서독은 국가의 과거를 직시하는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문부성의 검정이 국제사회에 있어서 일본인은 과거에서 배우지 않고 그것을 속이는 민족이라는 의견이 나올 것이 두렵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고교교과서에 있어서조차 과거를 덮으려드는 교육자의 의식이다. 마치 국민을 우민화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결코 민족의 긍지를 북돋을 수 없다. 개인의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기 나라의 과거를 아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며 그렇지 못한 경우 국민의 존엄은 있을 수가 없다.
검정에 의해 원고를 개작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집필자에게도 그 학문적 양심을 묻고 싶다. 역사의 왜곡에 손을 빌어도 책임은 지워질 수 없는 것이다.
교과서라는「눈」으로 시야를 가린다고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는 사회에 살고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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