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표면화되자 국회조사위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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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공작대사건은 민국당지도층 제거를 겨냥한 엄청난 정치음모라는것이 검찰이 입수한 정보였다. 제거대상은 민국당내 한민당계열 수뇌인 김생수 조병옥 백관수 서상일씨등.
그토록 허술한 간첩체포 작전이 정치음모의 서막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50년 4월은 민국당이 내각책임제 개헌안을 추진, 이승만통치에 정면으로 도전한 직후였다.
마침 제헌국회 2년의 임기만료가 닥쳐 2대국회의원선거가 준비되고 있었다. 선거전망은 정부의 앞날을 어둡게했다. 제헌국회 선거를보이코트했던 김구의 한독당과 혁신계가 이번엔 선거참여를 결정했다. 새국회는 민국당과 이들 중간우파가 지배하는 야세의 지배권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본다면 정부로선 정치분위기의 전환을 모색해봄직했다. 그렇지만 공산당과의 거친 대결을 주도해온 한민당 수뇌진을 남로당푸락치와 연결시킨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착상인듯 했다.
긴강된 가운데 경찰은 내사진도를 빨리했다. 배후는 경무대와 내무부에 있다. 이런 심증이 굳어지자 본격수사에 나섰다. 담당검사였던 선우종원씨(변호사)의 회고.『소위 인민군부사령관이라는 최동석이 정치음모의 하수인이란걸 안 우리는 그를 심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무장관·참모총장등이 나서있는 사건이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채널이 필요했다.
그래서 장도영육본정보국장의 협력을 얻기로 했다. 장국장이 진상을 파악해 친분이 두터운 「무초」 대사에게 얘기해주고 「무초」 대사가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장국장과 오제도 정희택검사와 함께 용산서로 나갔다.
우리는 최동석을 서장실로 불러왓다. <내가 뭐 어쨌다는거요. 사람대우롤 해주시오.>사뭇 기세당당한 태도였다. 그때 한검사가<야! 너 대통령빽이라면서>라며 뺨을 한대 쳤다. <당신들은 누군데 사람을 함부로 치는거요?><우리는 검사들이다. 여기 계신분은 군정보국장님이시고…. 너 그때 대한민국 검사가 어떻다는걸 몰라. 넌 임마 대통령 암살계획 주모자야. 사형감이야. 너희 일당들이 나라 망치자고 정치장난질을 꾸민거지. 이렇게 손을 대는 일은 없지만 너희들 소행이 괘씸해서 한대 맛을보인거다. 너희들이 그동안 경무대와 내무장관실에서 몇차례 만나무슨 연극을 꾸몄다는것, 우리는다알고 왔다. 어떻게 생각해.>검사들이 한마디씩 숨돌릴새 없이 추궁했다. 결국는 최는 체념상태에 빠져 모든 것을 자백했다.』
정치공작대의 전모는 곧바로 드러나 관계자를 구속했다. 그러나 그배후를 추적하는 수사는 거대한 권력의 장벽에 부닥쳤다 검찰은 사건을 신문에 흘려 압력에 대응했다.
사건이 표면화되자 정치문제로 번졌다. 「일찍 그 정체를 알아냈기 망정이지 건국후 최대의 공상이 될뻔했다」 는 것이 일치된 진단. 국회는 긴장했고 놀랐다. 그랬음에도 며칠 지나는 사이 어느새 조사위원회 구성을 싸고 찬·반이 분분했다. 그런 국회분위기는 조사위원회구성을 둘러싼 토론때의 곽상동의원의 발언이 잘 설명하고 있다.『정치공작대 사건을 놓고 어떤 의원은 백성욱내무를 몰아내려는 모략이라고 한다. 분명히 우리 국회는 두파로 갈려있다.
내가 정치공작대에 관해 들은바로는 대통령이 주위에는 아첨꾼밖에 없어 바른말을 못들으니까 애국청년 20명을 뽑아 매달 1백20만원씩, 장관 월급이 3만원인데… 이런 돈을 들여 올바른 국민의 소리를 듣기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악용됐다는 것이다. 결국 조사위원회구성안은 가결돼 곽상동·박준·유성갑·이성학·조헌영의윈으로 조사단이 구성됐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그랬듯이 국회의 조사도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벽에 부닥쳤다. 국회의 조사만이 언제나 겉만 맴돌다 마는 패턴은 바로 정치공작대사건 조사에서 비롯했다고 할까. 검찰에서 구속 심문중인 .정치공작대 간부마저 만나지도 못한채 조사를 끝내려한 무성의한 조사는 4월18일 국회본회의에서 말썽이 됐다. 조사위윈간의 논쟁을 옮겨보자.
△박준의윈(군위·무소속)-검찰의 선명치못한 태도, 그리고 조사위원중 공작대주모자와 친교관계를가진 사람도 있어 진상을 규명할수 없다. 이런 조사는 승복할수도없어 나는 조사위윈을 사퇴하겠다.
△이성학(해남· 대동청)-곽상동의윈(인천·한민)-박의윈의사퇴발언을 이해할수 없다. 우리와 함께 조사를 해왔고 검찰도 격려하지 않았는가. 조사위윈중에서 조사를 방해한 사람은 없다.
△유성갑의원(고흥· 무소속)-분명히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치공작대 책임자라는 김태수는 권민당 선전부장을 했다. 나도 약1개윌 권민당 총무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그를 잘 안다. 나중에 속은즐 알고 탈당을 했지만… 또 하나의 관계자 김낙영은 한민당 공천으로 개성서 국회의윈에 출마를했었다. 그도 역시 한때는 권민당최고위원이었다. 이무열은 김태수의 형이 운영하는 국회통신 기자고 한민당부이다. 역시 관련자의한 사람인 박문은 신힉회의장이신임하는 청년이다. 어째서 이런 주동자들은 한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조사결론을 내리려 하는가.
△조헌영의원 (영양· 한민)-내일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 그때 듣고판단해 달라.
국회의 조사활동은 신문보도의 확인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무렵 신문은 P,K,C,W가 그 배후라고 보도하면서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는 확인할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정치공작대에 정보비를 제공했다. 상호은행 전무 박해영은 메모 한장을 받고 수속없이 정치공작대의 김낙영에게 50만원을 대출해주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간의 풍문은 배후는 경무대와 경찰이라고 수군댔다.
이런 세상의 풍문은 틀린말이 아니었다. 검찰수사는 배후의 핵심에 접근, 경무대 비서실의 장석윤씨와 백성욱내무장관이 배후라는 심증을 굳히고 그 증거수집에 나서있었다.
4월19일 조혜영의윈은 조사위원의를 대표해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사설정보단체를 만든 정치공작대일당이 엄청난 남로당 푸락치정보를 가져와 정거수가 경무대에 보고했다.
이 보고를 듣고 경무대는 내무장관에게 보냈고 내무장관은 이 정보에 따른 푸락치 검거를 위해 치안국장, 잠모층장등을 부른것이라고한다. 이 과정에서 야당탄압의 정치음모가 꾸며진 것으로 짐작작된다.』 무려 4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보고서였지만 이미 알려진 사실을 나열한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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