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는 최근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전자제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국내 전압과 맞지 않아 반품을 요청했다. 그러자 해당 업체는 ‘반품 택배비는 3만원 이상’이라고 표시한 것을 이유로 15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박씨는 “사전에 고지한 내용과 달리 사실상 위약금을 요구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접구매가 급증하자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올해는 28일)을 전후해 북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할인 행사를 뜻한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도 출혈을 감수하며 북미 현지에서 할인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온라인 해외직접구매 유형은 해외구매대행·해외직접배송·해외배송대행으로 구분되는데 소비자 피해는 주로 해외구매대행(80%)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세민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온라인 해외구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주요 피해 사례와 함께 유형별 유의사항을 알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서는 해외배송을 이유로 교환·반품·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사례가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외구매대행도 국내법이 적용돼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동일하게 제품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제품 하자가 아닌 소비자의 마음이 바뀌어 취소할 때도 반환에 필요한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소비자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달라고 할 수 없다. 구매대행업체의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가급적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하는 것이 좋다. 또 결제가 끝난 뒤에 결제 시 표시된 환율과 다른 환율을 적용해 대금을 추가로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결제 화폐를 확인해 가급적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마다 블랙프라이데이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연말 쇼핑시즌 매출이 북미 시장 연간 총 매출의 30%에 이를 정도여서 전 세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연간 최대 폭으로 할인한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전자·자동차업체들은 일본·중국 업체의 공세에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엔저로 체력을 되찾아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중국도 해가 다르게 높아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북미 최대 전자제품 할인점 베스트바이는 27일 오후 5시부터 8일 오전 1시까지 진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 도어부스터’ 행사에서 평소 499.99달러(약 54만7000원)이던 일본 파나소닉의 50인치 LED 고화질(HD) TV를 199.99달러(21만9000원)에 내놓았다. 이보다 5인치가 더 큰 삼성의 초고화질(UHD) LED TV도 평소 가격(2000달러)의 절반 아래로 내린 899.99달러(98만5000원)를 내걸었지만, 일본 업체와 가격차는 크다. 하지만 이것도 한국 내 판매 가격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다. 국내 전자제품 판매점 하이마트에서 삼성 55인치 LED TV의 정상가격은 360만원이다. 중국 업체는 더 파격적이다. 하이센스는 미국의 대형 유통매장 시어즈에서 65인치 UHD TV를 1299달러에 팔고 있다. 이마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에는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성적이 향후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소니·히타치 등 일본 8개 대표 전자업체들은 2011년 영업이익 합계에서 삼성전자에 추월당했으나 올 3분기에 3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삼성전자(39억 달러)를 재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에 힘을 얻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최근 북미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 업체들의 가격인하에 똑같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공세도 매섭다. 도요타는 신형 캠리를 2만2970~3만137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사양별로 평균 1000달러 정도 가격을 내린 것이다. 혼다는 같은 등급의 어코드를 월 189달러에 36개월간 리스로 빌려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4~5년 전과 같은 가격 조건”이라며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무기 삼아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강병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