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상반기 실적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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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수익구조가 다소 나빠져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은 19개 국내 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모두 6조59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6%나 증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1999년 특수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체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뒤 최대 규모다.

은행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부실대출의 감소로 충당금 부담이 줄고 영업외이익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충당금 적립액은 신용카드 부문의 실적 호전과 기업 부문의 신규 부실 축소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보다 61.5% 줄어든 2조3074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과거에 지원했던 부실 기업이 되살아나 은행이 갖고 있는 주식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투자유가증권 관련 영업외이익이 163% 급증한 1조866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수익성과 직결되는 이자 수익은 13조3979억원으로 0.4% 증가하는 데 그쳤고 비이자수익은 오히려 5578억원 감소했다. 또 은행 성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10조5276억원으로 0.3% 줄었다.

결국 은행이 장사를 잘 해서가 아니라 과거 부실 감소로 순이익을 늘렸다는 얘기다.

상반기 순익에서 1조7896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할 경우 순이익 증가율은 32%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권별 순이익 증가율도 산업.수출입.기업은행과 농.수협 등 특수은행이 155%에 달한 반면 14개 시중.지방은행은 56%에 그쳤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대손충당금 등 비용이 줄면서 전체 이익 규모가 늘어났지만 은행의 영업능력이 둔화돼 장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이익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3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각각 12.1%와 0.9% 선으로 미국의 13.0%, 1.31%를 밑돌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예상치 못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갖추고 수익 다각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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