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성보다 통속성에 치우쳐|80연대에 쏟아져 나온 「거칠은 문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80년대에 들어와 우리소설문단에는 「거칠음성의 문학」이라고 이름지을만한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황석영씨의 『어둠의 자식들』에서 분수령이 만들어져 이동절씨의 『꼬방동네 사람들』 『오과부』, 김홍신씨의 『인간시장』 『바람 바람 바람』으로 이어지고 많은 아류률 낳은 이같은 소설들은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밑바닥 인생의 애환을있는 그대로 그리기도하고 풍자성을 띠기도하는 이같은 소설들은 거칠고 생생하고 독자의 가슴을 찢어주는 건강함도 있다. 그러나 소설이 한개인이나 사회의 모습을 통해 삶을 새로운 인식으로 보며 한시대나 사회를 그속에 담아 새로운 시대나 사회에 대한 독자의 환친를 이끌어내는 것에 큰 비중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앞에 든것과 같은 소설들이 이러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생겨나게하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오늘과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소설들이 나을수 있는 여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삶에 대한 진지함이 담긴 순수문학이 많이나와 문화의 균형감각이 이루어져야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룰 위해 작가나 비평가·문화담당자·독자가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특이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다룬 소설은 있어왔다. 외국의 예를 들자면 「장·주네」의 『도둑일기』, 「젤린」의 『방의 끝으로의 여행』등이라 하겠는데 일반인들이 의식, 무의식간에 잘 보려하지않는 부분을 드러내어 펼쳐주고 사회에 이런부분이 있다는 것을 억지로라도 보게한다. 욕설이 나오고 그 세계 특유의 행동양식이 보인다.
풍자소설도 언제나 있어온 것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이야기하지 못할때 풍자는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고전소설에서 힘있는 자, 돈있는자를 골탕먹이는 이야기가 많은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오늘의 우리 베스트셀러 소실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더라도 오늘의 베스트셀러 소설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될수 있다.
첫째, 소설에서의 내적 필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설은 그 전개룰 통해 주인공이 자신의 삶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맞서는 가운데 하나의 결과를 맞게된다. 이률 통해 소설은 창조적 정신의 산물이 되며 삶의 진정한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말하게 된다. 이러한 소설을 읽을때 독자는 소설의 주인공이 다만 이야기속의 사람이아니고 「우리」자신이며 그룰 통해 우리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독자도 소설을 고통스럽게 읽어야하는 여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설속의 인물이 자신에대해 치밀하지 못할때 독자는 그인물을 자신이 함께 고뇌해야할인물로 보지않고 구경거리 인물로밖에 생각하지 앓는다.
남의 이야기처럼 낄낄거리며 읽게도 되는 것이다.
둘째, 특수한 상황·특수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나타내는 욕설이나 예외적 행동들이다.소설에서 욕설이나 예외적 행동은 있을수 있다. 또 그것은 작품을 생생하게 하기위해 필요한것이다.
그러나 이려한 것은 작품전채가 나타내려는것을 보다 리얼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며 그런 경우에 실감있게 쓰일수 있다.
그러나 작중인물의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행동이아니고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면 독자를 유인하고 저해하는 요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였다. 또 쓸대없는 욕설의 남발은 문학이 언어행위이며 작가는 모국어를 순화시켜야할 책무를 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할때 작가로서의 기본적인 모럴의 문제도 제기한다.
세째, 통속성을 들수있다. 아류의 작품에서 보이는 것처럼 섹스나 욕설을 담은 소설은 대중을 통속으로 이끌어가 버린다. 읽을 그때만의 흥미에 만족하도룩 독자를 이끌어서는 곤란하다.
70년대부터 80년대로 넘어오면서 우리사회는 이러한 「거칠음성의 문학」이라고 할만한 형태의 소설이 나올수 있는 가능성을지니고 있다.
이들 작품들이 독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해준 부분에 대해서 비평가들의 진단이 있었어야하고 이러한 소설에 대한 평가작업이 있어야했는데 지금까지는 소홀히해왔음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고 한과정에 지나지않는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작업이었다.
「거질음성의 문학」이라 할만한소설과 토속소설들이 베스트 셀러가 된데는 무엇보다도 이와 맞서고 극복해낼수 있는 순수문학작품으로서의 소설이 많이 나오지 못하여 소설작품 전체의 균형이 깨어지고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왜 보다 순수하고 치열한 작품이 나오지않느냐」를 따지기에앞서 그러한 작품이 많이 나와야하며 그러한 작품이 나왔을 때 그에대하 문학적인 평가작업이 활발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문학성과 통속성의 균형을 이루도록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7O년대 우리문학 독자들은 문학적으로 홀륭한 소설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문학성과 대중성의 행복한결합」이 「대중과 통속의 결합」으로 떨어지지 않도록하는 것이 소설가나 평단의 당면과제로 부각된다하겠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