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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20%는 18% 아닌 18%P 는 것” … 영어 25번 정답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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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류 논란이 제기된 2015학년도 수능 영어 25번 문항. 4번이 정답으로 발표됐지만 5번도 ‘18퍼센트포인트’로 했어야 정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3일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치른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에 따라 성적을 재산정해 불합격생을 구제하는 절차가 최근 진행 중인 가운데서다. 올해 수능 영어와 수학B형이 과도하게 쉬워 ‘물수능’ 논란이 거센데, 문제 이의신청까지 속출해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16일까지 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 수능 문제 이의신청 게시판엔 700여 개 글이 올랐다. 영어 25번 문항이 대표적이다. 미국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에 관한 그래프를 보여주고 틀린 설명을 고르라는 문제다. 평가원은 e메일 주소 공개 비율이 2006년 29%에서 2012년 53%로 증가한 그래프에 대해 ‘2012년 비율이 2006년보다 3배 높다’고 한 4번을 정답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이 같은 기간 2%에서 20%로 늘어난 그래프에 대해 ‘18퍼센트 증가했다’고 풀이한 5번도 정답이란 주장이 나왔다. 단위를 ‘퍼센트 포인트’로 해야 정확하다는 것이다. 허현주 유웨이중앙교육 영어수석연구원은 “2%에서 18%가 늘면 20%가 아니라 2.36%가 돼야 맞다”며 “영어권 국가에서도 %와 %포인트를 명백히 구분해 쓴다”고 지적했다. 반면 EBS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한 교사는 “수많은 영어문제집이 %와 %포인트를 구별하지 않고 표기한다”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도 250여 건이나 됐다.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해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ㄴ’이 옳다고 한 4번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이의신청자들은 ‘ㄱ’이 틀렸기 때문에 ‘ㄴ’만 옳다고 한 2번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는 “‘젖당이 있을 때’와 ‘결합한다’를 연결 지은 ‘ㄱ’ 보기는 부적절하다”며 “미생물학 전공 교수들과 의견을 나눴는데 답이 2번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반면 박기웅 하늘교육 과학탐구 강사는 “교과서 외 내용까지 포함한 문제지만 이론적 오류는 없다”고 말했다.

 유교 사상의 실천 윤리를 묻는 사회탐구 생활과 윤리 7번 문항도 논란이다. 5번(ㄴ·ㄷ·ㄹ)이 정답이라고 한 평가원 발표 대신 일부 교사들이 3번(ㄷ·ㄹ)이 정답이라고 문제삼으면서다. 지문은 형제를 뜻하는 ‘동기간(同氣間)’ 지켜야 할 도리를 언급했는데, ‘의(義)가 상함이 없이 서로 잘못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란 ‘ㄴ’ 보기가 ‘권면(勸勉)’을 설명해 친구 간 윤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준 종로학원 강사는 “권면은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친구 간 적용 윤리로 설명해 수험생들이 헷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진화섭 하늘교육 강사는 “ㄴ은 유교에서 말하는 넓은 범위의 ‘의’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5번을 정답으로 고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세계지리 오류를 처음 제기했던 박대훈 전 EBS 강사는 “오류 시비가 없도록 출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평가원으로선 비판을 면키 어렵다”며 “ 오류가 드러나면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원 측은 “17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고 학회·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24일 정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환·신진 기자

“문제집 %와 %P 구분 안해” 반론도
과탐 생명과학Ⅱ 8번 문항 등 3문항
수능 문제 이의신청 수백건 몰려
평가원, 자문 거쳐 24일 최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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