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3000만원 기부금 내면 명문대 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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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딸의 뒷바라지를 하던 A(53ㆍ여)씨는 2012년 3월 솔깃한 말을 들었다. 알고 지내던 B(64ㆍ여)씨로부터 ”우리 딸이 명문 사립 S대학 국문과 논술 교수인데 학생들 상대로 과외를 하면서 거의 모두 대학에 진학시켰다“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바로 B씨의 딸 C(42ㆍ여)씨를 소개받았다. C씨는 ”내게 과외를 받은 학생들은 다 대학에 갔고, 기부금 1500만원을 내면 D 대학에 100% 입학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의심하는 A씨에게 오히려 면박을 주면서 ”군입대와 유학 등으로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대학에서 마련한 특별전형“이라고 했다. 이 말을 믿은 A씨는 C씨에 돈을 주고 기부금 입학을 의뢰했다.얼마후 C씨는 ”1500만원을 더 주면 내가 있는 S대학에도 입학이 가능하다"고 해 1500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A씨의 딸에게 논술과외를 해주던 C씨는 ”특별전형에 수능 성적은 필요없지만 형식적인 시험을 봐야한다“며 자신의 사촌동생인 대학생 D(29)씨를 소개해 수능과외도 받게했다. A씨는 7개월간 딸의 과외비로 약 1100만원을 지출했다.

C씨의 거짓말은 대학입학 전형이 시작하면서 탄로났다. 특별전형은 존재하지 않았고 C씨는 대학교수가 아닌 학원강사였다. 기부금은 돌려받았지만 A씨의 딸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A씨는 C씨를 사기로 고소, C씨는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A씨는 이어 ”그동안 지급한 과외비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84단독 박재경 판사는 "과외비 절반과 위자료 등 총 67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박 판사는 ”기부금 명목으로 줬던 돈을 돌려받았지만 자녀의 대학 진학이 최우선 목표인 국내 학부들의 교육열과 세태에 비춰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정경쟁을 해야하는 대입에서 불공정한 방법에 편승하려고 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100만원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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