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위한 명심보감 … “프로야구는 꿈 파는 사업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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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23면

최근 롯데 자이언츠 구단 사태를 보면서 한평생 사랑했던 연인이 망가져 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듯한 슬픔을 느낀다.

 나는 열두 살이던 1975년 화랑대기 야구 결승전을 본 뒤 평생 야구를 사랑하게 됐다. 고향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 자이언츠를 30년 넘게 응원하는 중년의 팬이다. 80년대 초반 프로야구를 우민화 정책으로 보는 대학문화로 인해 드러내 놓고 즐기기 어려웠지만, 84년 서울 종로에 가두 시위를 나갔다가 다방에 숨어 한국 시리즈 결승전을 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러한 나의 야구와 자이언츠에 대한 사랑은 아들에게 이어져 아들은 사회인 야구 동호회원이자 자이언츠의 열렬한 팬이다.

 현재의 롯데 구단 문제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84년 우승의 주역인 최동원 선수를 선수협 문제로 삼성으로 트레이드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해영 선수도 또 다른 피해자였다. 이러한 횡포의 밑바닥에는 프로야구 구단을 그룹의 계열사로 인식하고 선수들을 동반자는커녕 구단의 눈 밖에 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계약직 노동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본다.

 프로야구는 꿈을 파는 사업이다. 행복을 만드는 사업이다. 프로야구는 꿈과 행복을 선물받은 팬들이 사랑으로 돌려주는 순환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팬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주인인 것이다. 선수와 팬이 경기장에서 만나 선수는 갈고 닦은 기량과 파이팅을 주고, 팬들은 함성과 응원가로 답하는 꿈과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문화인 것이다. 돈벌이가 아니다. 그룹의 홍보 정도나 하는 사업이 아니란 말이다.

 프로야구 구단은 선수들을 중심에 놓고, 이를 조련하는 감독을 정점으로 한 코치진과 이를 돕는 프런트로 이루어진다. 만일 이런 구조가 거꾸로 되어 구단주나 단장, 운영부장이 선수의 훈련과 기용을 결정한다면 제대로 된 야구가 가능하겠는가. 이건 기본이다. 여기에 구단과 그룹의 장기적인 투자와 팬들의 사랑과 응원이 더해져야 멋진 야구, 명문 구단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수십 년간 고질적으로 반복되어 온 구단의 낙하산 인사와 프런트의 월권 행위다. 폐쇄회로TV(CCTV) 설치와 같은 시대착오적 작태는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기업문화다.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 새로 취임한 대표는 “프런트는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며 “고객 중심의 프로구단이 되도록 체질개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두선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 보인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롯데는 팬들에게 구단을 넘겨주길 바란다. 나는 꿈꾼다. 아들과 손주 3대가 함께 “자이언츠”를 외치는 그날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해 2002년부터 종합법률사무소 ‘사람과 법’ 대표변호사로 있다. 민사와 M&A 전문이다. 프로야구 광팬으로 32년째 대를 이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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