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의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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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채양성화방안이 지하경제의 주류를 지상으로 이끌어내는 좋은 대책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시중에 숨어있는 자금을 생산자금으로 동원할 수 있다면 그만큼 국민경제의 체질을 강하게 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다만 경제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채양성화방안이 부동을 비롯한 각종 투기를 재연시키고 저축 기피현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실제로 이를 입증하듯, 6·28조치 이후 은행의 저축예금이 빠져나가고 요구 불 예금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주말에는 금 값, 암달러 값이 올라가고 있다.
금리인하로 저축에 흥미를 잃은 돈이 기회만 있다면 투기로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그래서 사채양성화방안이 발표되자마자 6월중에 1돈쭝에 3만9천 원이던 금값이 3일에는 4만2천 원으로 올랐고 암달러시세도 1백 달러에 8만3천 원으로 외국환은행의 매도 액인 7만4천1백원을 12%나 웃돌고 있다.
이러한 금값 등의 움직임은 시중의 돈이 새로운 투기, 내지는 투자대상을 찾아, 기민하게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6·28조치가 성공을 거두려면 저축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를 해놓는 한편, 투기기회를 봉쇄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투기가 다시 일어날 경우 양도소득세 조정을 재고하겠다는 방침으로 있으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자산이 실물자산으로 형태를 바꾸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가안정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가면서 가계저축에 유인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자소득, 증권투자소득을 종합소득세에 합산하겠다는 사채양성화방안은 좀더 신중히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은행예금만 해도 8%의 이자소득에 현행 15% (방위세 10%, 소득세 5%)분리과세 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실제 이자율은 연6·8%에 불과하다.
아무리 물가가 안정된다 해도 가장 보편적인 재산증식수단이 이처럼 저율이 되어서는 저축증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거기에 종합과세제로 간다면, 최저세율이 16·75%이므로, 분리과세 때보다 세금부담은 더 무거워지고 세무처리상의 번잡함 때문에 돈은 은행창구를 떠나려 할 것이다.
사채양성화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모을 때 분리과세 제를 유지하고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논의되길 바란다.
지금 일본에서는「그린·카드」논쟁이 오랫동안 꼬리를 끌고 있다.
소액 가계저축을 우대하는 저축제도인 「그린·카드」의 이자소득에 대해 종합 과세하려는 대장성의 방침을 놓고 찬·반 논이 엇갈려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사례에 당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구상이 나오면 어떻게 거기에 적응하느냐 못지 않게 전문가들은 대안이나 개선책 제시에도 보다 활발해야 할 것이다.
실명거래 제, 이자소득 등의 종합소득세 합산과세가 불변의 정책은 아니므로 가계저축 증가를 저해하지 않는 최선책은 시간을 두고 연구해 볼 과제다.
특히 우리로서는 아직 이자소득의 분리과세유지와 그에 더하여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기회에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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