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대학, 왜 필요한가

전문직업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대학이 문제점이 많다해서 제도자체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정부-여당이 검토 중인 시안은 대충 시절과 교수진이 충실한 몇몇 전문대학은 대학으로 승격시키고 나머지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학제를 개편하는 내용이다.
설립된 지 4년에 불과한 전문대학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전문직업인 양성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규대학의 입학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대학의 입학인원이 크게 모자라게 된 것을 비롯해서 시설 미비 및 교수부족으로 교육기관으로서의 구실을 못했고 이런 여러 요인들이 누적되어 취업 율도 지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설립 당시 (79년)만 해도 고학력을 지향하는 우리국민의 성향을 수용할 수 있을 뿐더러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고급 기술인력 (대학 출신) 과 기능인력(고교 출신) 사이의 중간기술인력 양성기관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시된 지 몇 년도 안되어 그런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하는 점이다. 학생이 정원보다 크게 모자라니 학교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따라서 시설의 충실화나 우수교수의 확보 등은 엄두도 못 내고 말게 되는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정규대학에의 편입기회를 노려 입학하기도 했으나 졸업정원제 실시로 그 길은 막혔고, 당국의 종용에도 불구, 기업체에서는 대졸 및 고졸의 중간학력으로 인정해서 뽑아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도 보장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정규대학에의 진학기회조차 없는 전문대학생들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서두르는 까닭도 거기에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오래 전에 사회문제가 된 전문대학의 제도개선을 정부 정당이 진지하게 다루는 자세는 평가할 만 하다. 몇 가지 시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통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자세도 잘한 일이다.
다만 우수 전문대학은 대학으로 승격시키고 나머지는 직업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시안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우수전문대학의 「우수」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할지가 모호하다.
일부 전문대만을 대학으로 승격시킨다고 할 때 적잖은 잡음이 생길 것은 뻔하고「우수」란 인정을 받기 위해 갖가지 수단이 동원 될 것도 명백하다.
대학 승격을 못한 전문대학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한다는 대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나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면 현행제도를 그대로 놓아두고 하는 게 보다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 정부 보조는 한 푼도 않는 데다 전문대학이 설자리가 없도록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을 못해주는 여건 하에서 전문대학이 제구실을 못할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앞서 지적한대로 전문대학은 우리가 지향하는 고도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중간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출범했다. 설립 취지가 이처럼 뚜렷한 이상 전문 대학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해진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전문대학의「해체작업」이 아니라 육성이어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나름대로의 기술·기능을 갖고 긍지를 갖고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의 사회상이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학력 사회란 점에서 우리와 비슷할 일본에서 70년 대 말부터 대학진학률은 크게 떨어지고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전수 학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현재의 여건이 어렵다해서 뻔히 좋은 제도인 줄 알면서 정책방향을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문대학은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기관임을 명심해서 정부는 재정투자의 확충 등 집중적인 육성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