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조해야 남북 간 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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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캐피탈 호텔에서는 '정전체제 50년:군사 상황의 변화'를 주제로 '평화 토론회'가 열렸다. 전직 관료와 군 장성, 정치권 원로 등 70여 명이 참석해 안보와 평화 문제를 논의하는 이 모임은 1971년부터 34년째 비공개로 열렸다.

이날 발표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재창 예비역 대장이 했다. 김 전 부사령관은 53년 휴전 이후 50여 년간 유지된 한반도의 안정은 정전체제가 필수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정전협정의 주요 내용은 교전행위 중단과 비무장지대 획정,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 설치 등이다.

중립국감독위와 군사정전위가 유명무실해지고, 군사분계선 주변에서의 북한 도발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반도 평화를 유지시키는 하나의 틀로서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부사령관은 정전협정 하나만으로 그간의 안정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미 간 군사 협력을 통한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을 더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정전협정이 한반도 안정의 하드웨어라면,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은 소프트웨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사령관은 아울러 우리 국민이 북한의 군사력을 너무 가볍게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한국의 국방백서는 병력 면에서 2 대 1, 장비 면에선 1.5~2 대 1 수준으로 북한이 우세하다고 발표했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은 질적으로는 오히려 우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협력 없이는 남북 간의 세력균형은 급속히 깨질 수밖에 없으며, 정전체제의 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남한 군사력이 방어형인데 비해 북한의 군사력은 공격형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의 방어선이 독일군의 공격으로 40여 일 만에 무너진 것을 예로 들었다. 1차 대전 후 체결된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군은 군비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격용 기계화 사단을 강화해 오랜 기간 구축한 프랑스군의 방어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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