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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B 만점 작년보다 5배 이상 많을 듯 … 변별력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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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에서 2015학년도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부모들에게 뛰어가고 있다. 수능 성적은 다음달 3일 수험생에게 개별 통지된다. [뉴스1]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됐다는 반응이다. 올해 A·B형이 통합된 영어는 “수능 사상 가장 많은 만점자를 낼 것 같다”(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얘기가 나왔다. 수학은 당초 평균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 중 만점자가 많아 ‘물수능’ 진원지로 꼽힐 가능성이 제기됐다. 과거 4~5개 출제되던 수학 고난도 문항이 올해 2~3개로 줄었다. 일부 입시업체는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보는 수학B형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 1등급에 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영어에 더해 수학B형마저 난이도 조정에 실패해 물수능이 현실화할 경우 자연계 정시 지원은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자연계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낮아지면 동점자가 속출하고 국어와 과학탐구로 우열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양호환(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수능출제위원장은 13일 “수학은 6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수학B형 6월 모의평가 만점자는 1.88%였다. 올해 수능 만점자가 이를 훨씬 능가할 경우 난이도 조정 실패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어=B형이 까다로웠다는 평이다. 대교협 상담교사단은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을 것으로 봤다. 김정빈(18·현대고3)양은 “지문이 길고 독해가 어려운 내용이 많아 시간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국어사전을 예시로 든 문법 문제와 현대 시·수필 복합지문 등이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혔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중하위권 학생들은 지문의 길이와 보기 등 문제를 풀기 위해 독해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문계에선 국어B형과 사회탐구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영어=가장 어려운 빈칸추론 문제가 지난해 7개에서 4개로 줄었는데 모두 EBS에서 나왔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모든 지문이 EBS와 연계돼 있고 절과 구가 많은 복문 대신 접속사로 연결된 단문이 많아 독해 자체가 쉬웠다”고 말했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듣기평가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쉬운 내용들로 구성돼 어렵지 않았다”며 “33번 빈칸추론 문제가 최고난도 문항으로 꼽히지만 EBS 교재에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수학=교사들은 A·B형 모두 고득점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만기 양평고 교사는 “1등급을 가르는 최고난도 문항이 5개 정도 나오는데 이번엔 2개만 나왔다”며 “4점짜리인 26~28번 문항도 모두 EBS와 연계돼 지난해보다 만점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B형 2~3점짜리 문항 17개 중 14개가 EBS 교재와 연계돼 있어 중위권 학생들도 쉽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B형에 대해선 “지난해에는 만점자 비율이 0.6%였는데 올해는 3%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예측이 나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13일 자정 현재 8만 명 이상이 가채점에 참여했는데, 영어보다 수학B형의 만점자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자연계 정시 비상=수학B형과 영어로 인해 올 수능은 물수능 논란이 일었던 2012학년도보다 쉬운 수능이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수능이 쉬워지면 비슷한 점수대에 많은 학생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동점자도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어 정시지원 시점에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의예과 등을 지원하는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학·영어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다른 영역에서 만회가 곤란하다”며 “합격 가능성을 판단하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쉬운 수능에선 실수로 한 문제라도 틀리면 등급이 바뀌어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수학·영어가 쉬워 국어와 탐구 과목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어 반영 비율을 높여 놓은 대학의 의학계열에선 국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탐구는 반영 비율이 높은 자연계열 과학탐구의 영향이 특히 높아진다.

윤석만·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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