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상품, 저축서 투자로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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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의 주력 판매상품이 정기 예금과 적금에서 펀드.파생상품.방카슈랑스 등으로 바뀌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뿌리를 내리면서 고객들이 저축상품을 외면하고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금융자산 설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 투자상품 찾는 고객 급증=시중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지난 5월 말 현재 285조원으로 2003년 말 수준(286조원)보다 되레 줄었다. 1998년 10.37%에 달하던 평균 예금금리가 올 3월에는 2%대까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개인 금융자산에서 은행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3월 말 62.4%에서 올 3월 말에는 57.7%로 낮아졌다. 개인의 금융자산 총액은 올 3월 말 현재 1097조원으로 2002년 3월 말(902조원)보다 195조원 증가했다.

그러나 보험.연금.주식.펀드.채권 등 다른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미래에셋 강창희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저금리와 고령화에 따라 개인들이 수익률을 중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런 추세에 따라 금융상품시장에서 지난해 말 11.3%인 주식 등 자산운용 상품 비중은 2020년 2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184조원)의 10배가 넘는 2042조원으로 불어난다. 반면 은행 상품은 같은 기간 1141조원에서 3615조원으로 3.2배 증가하는 데 그쳐,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0%에서 2020년에는 49.7%로 뚝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 은행들도 상품 판매에 주력=하나은행은 올 초 인수한 대한투자증권의 펀드운용 강점을 활용해 올해말까지 7조원의 펀드상품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저금리 여파로 예금에서 펀드로 개인 금융자산의 트렌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펀드의 대중화 추세에 맞춘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신한은행.조흥은행)는 적립식 펀드 판매에 매진해온 결과 올 상반기 8900여억원을 팔아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국민은행은 주가지수연동예금이 올 들어 2조원어치나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자 후속 상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아예 금융권 최초의 복합금융센터를 개점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상품을 한자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정기예금 비중에서 거의 없었으나 요즘엔 주가 연계 파생상품이 15%나 차지했다"며 "방카슈랑스 등 제휴상품은 3년 전보다 300%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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