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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은 입시 개혁 중] 수능은 형식 … 소논문·면접이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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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일본 대학들은 ‘선택은 학생 몫’이라며 개혁과 변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은 도쿄 와세다대 학생들. [지지통신 제공]

일본 대학 개혁의 키워드는 '자율성'과 '차별화'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차이를 떠나 입시제도나 운영 방식이 각양각색이다. 관료가 힘을 쓰는 일본 사회지만 대학 입시나 운영을 전적으로 대학에 맡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인재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선택은 학생의 몫이라는 논리다. 그래서 일본 정치권은 의무교육에는 철저히 관여하지만 대학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16일 오후 도쿄 요요기(代代木)에서 열린 국제교양대학(공립대) 입시 설명회장.

"우리는 확실히 차별화하겠습니다. 내년부터 전.후기 입시를 다른 국공립대와 다른 날짜에 치르겠습니다. 시험도 삿포로.후쿠오카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치르겠습니다." 나카지마 미네오(中嶋嶺雄) 학장의 설명에 수백 명의 학부모로 가득한 장내가 술렁거렸다. 입시 일정을 통일해 온 국공립대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아키타현에 개교한 국제교양대학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은 24시간 운영된다. 학생 전원에게 1년간 해외유학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 대학이 또다시 입시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나카지마 학장은 "똑같은 날 시험을 치르고 똑같은 과목을 강의해선 대학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관행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 다양한 입시 제도=대부분의 일본 국립대는 한국의 대입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센터시험'을 1차 전형자료로만 활용하고 있다. 센터시험 결과는 형식적으로만 반영될 뿐 실제로는 소논문과 면접 등 2차 전형 결과가 당락을 좌우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많은 국립대가 'AO(Admission Office) 시험'을 도입할 계획이다. AO 시험은 철저한 서류 심사와 면접 결과 등을 종합해 수험생의 능력과 적성.의욕.관심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해 선발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게이오대 등 사립대가 1990년대부터 실시하고 있는 방식을 국립대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시험 요령보다 기초 실력이 탄탄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년부터 오카야마대 등 37개 국립대가 도입할 방침이다. 또 다른 32개 국립대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 국립대 법인화=지난해 4월 시행된 국립대 법인화가 대학의 입시제도 개혁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법인화를 통해 일본 정부는 국립대에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주는 대신 실적을 평가해 책임을 묻고 있다.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 교토대 총장은 "대학이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스스로 전형 방법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교토대는 국립대로선 처음으로 내년부터 후기(매년 3월) 모집을 폐지키로 했다. 전기(매년 2월) 모집에 비해 입학생 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 '세미나식 시험'도 치른다=센터시험 대신 '세미나식 시험'으로 선발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세미나에 참여해 리포트를 제출하고 실험과 토론 과정을 거쳐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히로시마대 문학부와 수도대학 도쿄의 생물학.지리학과가 올해 도입했다. 암기식 교육에서 발굴할 수 없는 인재를 찾아내 세계적인 연구자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험생의 '자기추천 전형'도 늘고 있다. 도쿄도가 도내 4개 공립대를 통합해 올해 개교한 수도대학 도쿄의 입학생 148명 가운데 87명이 자기 추천이었다. 심지어 도쿄도가 지난해 미래의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고교생을 대상으로 문을 연 주말학교인 '도쿄미래주쿠' 수료자 가운데서도 49명이 특별추천으로 수도 대학 도쿄에 입학했다.

서울.도쿄= 오대영 기자.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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