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자회담 지휘 캠프 동아태국 '한국통'이 꽉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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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재개되는 6자회담에 참가하는 미국 측 캠프의 사령탑 격인 미 국무부 동아태국을 한국통들이 장악했다. 한국 근무 경험이 있거나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외교관들이 요직에 대거 기용됐기 때문이다. 동아태국은 한.중.일 3국과 동남아 및 호주.뉴질랜드까지 담당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 부차관보급 4명 중 3명이 한국통=동아태국의 수장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통이다. 주한 미 대사였던 그는 올 초 차관보에 임명된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신임을 바탕으로 자신과 팀워크가 맞는 인물들을 대거 요직에 앉혔다. 그 결과 부차관보급 4명 중 3명이 한국통으로 채워졌다.

힐 차관보 밑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할 캐서린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는 전 남편이 한국인으로 197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외교관이 돼 84~87년 주한 미 대사관 정무과 정치담당, 87~89년 부산 미 영사관 대표로 근무했다. 한국어 실력도 상당하다. 그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 기념 리셉션에서 "85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사건 때는 동분서주 하느라 길거리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80년대 한국에 근무할 때는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얘기해야 했는데 이제 한국은 성숙한 민주국가가 됐다"며 '달라진 한국'에 맞춰 새로운 외교를 펼칠 방침임을 시사했다.

5월까지 주한 미 대사관 정무참사관으로 근무했고 부인이 한국인인 에릭 존은 당초 필리핀 부대사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힐 차관보가 "함께 일하자"며 붙잡아 부차관보가 됐다. 그는 84~85년 부산 미 영사관 근무를 시작으로 93~96년, 2003~2005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9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다. 또 국무부 내에서도 한국과 부과장(98~99년)과 북한 담당(96년)을 지낸'한국통 중 한국통'이다.

또 다른 부차관보 급인 조셉 디트라니 대북특사 역시 한반도 전담이다. 워싱턴 외교가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는 "디트라니는 딕 체니 부통령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어 상당한 발언권이 있다"며 "이는 한국에 행운"이라고 평했다.

◆ 동아태국에서 가장 큰 한국과=제임스 포스터 한국과장은 80년대 주한 미 대사관 영사과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한국말도 할 줄 아는 지한파다. 그는 한국 가요 CD를 구해 노래 연습을 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각별한'애정'을 갖고 있다. 그가 이끄는 한국과는 인원이 20여 명으로 동아태국 내 최대 규모다.

부인이 한국인인 데이비드 스트로브 일본 과장도 한국어에 능통하다. 2002~2004년 한국과장을 지냈다. 그 밑에서 일본 정무팀장을 맡고 있는 톰 기븐스도 90년대 후반 한국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들이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는 외교관들임에 틀림없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은 만큼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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