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태아에 미치는 영향(7)|약|김신근<서울대약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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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옛날부터 임신 중에는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며, 특히 약을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 해 왔다.
임산부에 대한 약물 투여는 일반적인 주의사항 이의에도 임신이라는 생리 상태를 가진 특수한 환경 하에서 부작용의 발현과 사용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등 신중히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임신 중의 약물 복용이 임산부 및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동물 실험과 임상보고 예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태아에 영향을 주는 기전으로서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 째는 임산부의 체내에 들어간 약물이 혈액 중에 흡수되어 순환할 때 태반의 혈관을 통과, 태아의 체내에 들어가 태아의 발육·기능에 장애를 주는 직접적인 것이다. 두 번째는 투여된 약물이 임산부의 어느 기관이나 장기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태아에게 어떤 장애를 주는 간접적인 것이다.
태아에 대한 약물의 직접적인 영향은 특히 임신 초기의 3개월간(임신 12주까지)이 중요한데 어 기간은 태아의 기관형성 초기로서 외부로부터의 약물에 강한 영향을 받아 기형아가 될 우려가 있다.
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임산부의 약 50%가 임신 제 l2∼13주에 의사를 찾는다고 하며, 이는 태아가 약물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임신초기에 대부분의 부인들이 임신 사실을 모르고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 약물 복용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임신 후기·말기에도 약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산후의 신생아에 있어서 호흡장애·간 기능 장애·혈액 장애 등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임신 중의 약물 복용은 초기에만 주의하면 된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특히 분만 직전에 투여한 약물은 태아의 조직 내에 잔류, 혹은 축적될 수 있다. 태아가 자궁 내 생활을 하는 동안은 모르지만 일단 모체를 떠난 신생아는 자신의 대사·배설 기능만으로 이 약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신생아는 대사 계·효소 계 및 신장 기능의 미숙성으로 인해 약물을 신속하게 체외로 배설할 능력이 없다.
그 때문에 약물의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약물에 의한 신생아 장애 현상은 어린아이가 미숙하면 할수록 더욱 심하며 주로 마취제·항 경련 제·진정제와 같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과 설파 제·살리 실산 제·비타민 K 등과 같은 신생아의 빌리루빈 대사에 간섭하는 약물 등에서 볼 수 있다.
일부 항암제·부신피질 호르몬제·항 결핵 제·항히스타민제 등은 동물실험 결과 나타나는 기형이 인체에도 꼭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므로 임산부 또는 임신 가능한 부인은 의약품을 사용함에 있어서 그 의약품의 설명서에 있는 경고를 명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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