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물놀이 금지 지역서 익사 지자체에 배상 책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고법 민사20부는 2002년 7월 경북 울진군 남대천에서 물놀이를 하다 숨진 한모(당시 16세)군의 부모가 "사전예방과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해 사고를 당했다"며 울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군이 출입통제 울타리 외에도 물놀이를 금지하는 위험표지판을 봤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자체가 경고 내용을 무시하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익사 사고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안동지원도 최근 2004년 7월 경북 영주시 제방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다 숨진 권모(당시 14세)군의 부모가 영주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험표지판.인명구조장비함이 있었고, 사고 당일 소방서에서 사고 현장을 순찰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영주시는 사고방지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천.계곡 등에서 물놀이 중 익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표지판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 측에 대해 국가배상법(5조)에 근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이 설치.관리상의 잘못을 따지는 기준은 완전무결할 정도의 안전성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사고방지 조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관리자에게 재정적.인적 제약 등이 있는 만큼 이용자에게도 상식적이고 질서있는 이용을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검도장 수련회로 계곡에 물놀이를 갔다가 익사한 이모(당시 8세)군의 부모가 강원도 홍천군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아들에게 깊은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모도 6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