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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총수 '형제 승계'… '박용성'호 닻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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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두산그룹이 박용성(사진) 회장 체제로 새 출범한다.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은 18일 사장단 회의에서 "창립 109주년을 맞는 8월 1일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회장으로 국제적으로 폭넓은 인맥과 신망을 얻고 있는 박용성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그룹을 이끌어 온 박용오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로써 두산은 1973년 박두병 회장이 작고한 이후 장남(박용곤), 차남(박용오), 삼남(박용성)이 차례로 그룹 경영을 맡는 형제경영의 전통을 확립했다. 두산은 이와 함께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세들의 경영 참여도 본격화하게 됐다. 두산은 1896년 매헌 박승직씨가 창립한 이래 2대 박두병 회장이 근대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했다. 3대 박용곤 회장 대에 이르러 대기업으로 도약했으며, 96년부터 박용오 회장이 경영했다. 두산그룹은 현재 19개 계열사를 둔 매출 11조원, 자산 12조원 규모의 재계 10위 그룹이다.

*** 세계공략 총대 멘 'Mr.쓴소리'

"2008년까지 세전영업이익(EBIT)이 국내 최고 수준인 기업으로 만들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

박용성 회장이 18일 두산그룹 회장 선임 발표 직후 밝힌 향후 그룹 비전이다. 그는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인재와 인프라 개발에 주력하고, 경쟁력 있는 신사업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회장 취임 후의 청사진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

그는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상업은행에 입사했다가 1971년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그룹 기조실장, 동양맥주 사장, OB맥주 회장 등을 역임했다. 외환위기 당시엔 그룹의 알짜 기업인 OB맥주.코카콜라 등을 매각하는 작업을 지휘하며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렸다. 당시 그가 남긴 "내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말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재계에 일종의 지침이 되는 말로 회자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제상업회의소 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비롯해 공식 직함만 60여 개가 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정부에 거침없는 비판을 해 '미스터 쓴소리'로도 불린다.

두산은 형제 간의 돈독한 우애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형제들이 각자 개성껏 일하며 그룹 경영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3대 경영인의 수장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아버지 박두병 회장이 작고한 후 전문경영인인 정수창 회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정 전 회장은 오너가 아니면서 대기업 경영 전권을 행사한 국내 최초의 전문경영인으로 기록된다. 이후 14년여간 두산을 이끌었던 박용곤 명예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졌던 96년 현장 경영에 강한 동생 박용오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용오 회장은 18일 "이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때"라며 대외활동에 능한 동생 박용성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 줄 뜻을 밝혔다. 실무형인 5남 박용만 부회장은 6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현재 두산의 실무를 챙기고 있다. 4형제가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불협화음을 내지 않는 것은 이렇게 형제 간에 적재적소를 찾아 일하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박두병 회장이 지분을 형제들에게 똑같이 나눠주고, 우애를 강조했었다"며 "현재 가정사에서는 박용곤 명예회장이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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