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 불든 가방주인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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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포국제공항 출국 검사장에서 미화 34만 달러(한화 약 2억5천만 원)가 든 주인 없는 가방 3개가 발견됐다.
지난 10일 하오 4시30분쯤 김포국제공항 2층 출국 검사장 2호기 X선 검사기에서 액면 l천 달러 짜리 여행자 수표 87장(8만7천 달러)과 1백 달러 짜리 지폐 2천5백30장(25만 3천 달러)을 나누어 넣은 쥐색과 적갈색 삼소나이트 중형가방 2개와 옷가지 등 이 든 쥐색 삼소나이트 소형가방 1개를 수하 물 검색을 하던 세관원 김종목 씨(30)가 발견했다.
김 씨에 따르면 3개의 가방 중 검사대 벨트에 먼저 올려놓은 소형가방이 통과할 때는 검사 스크린에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1분 가량 지난 뒤 벨트에 올려놓은 중형 가방은 윗 부분에서 검은 물체가 발견돼 X선 검사기로 재검사를 한 후 주인을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당시 출국 장에는 동남아 등지로 출국하는 단체 출국 객 5백 여 명이 붐벼 일단 가방을 옆에 제쳐 두고 주인을 기다렸으나 찾는 사람이 없어 세관 창고에 유치했다가 11일 하오 4시 서울지법 남부지원의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열어 보니 외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
외화가 든 중형가방 2개의 겉에는「자카르타 만다린 호텔」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자주 사용한 듯 약간 낡았으며 가방 안에는 스티로폴을 담은 가로 60cm,세로 40cm,높이 15cm의 종이상자와 위 부분에 고무줄로 묶은 미화와 여행자 수표 다발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가방 속에는 미화와 스티로폴 상자 외에도 5월19일자부터 6월5일자까지의 홍콩발행 일간지 성도 일보와 영자지 홍콩 스탠더드지 28장, 조선일보·한국일보 각 1장씩과 수건 1개가 들어 있었고 성도일보에는 돈 계산을 한 듯한 숫자와 홍콩의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5∼7706965∼770819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또「홍콩 호텔 후라마」스티커가 붙은 소형 가방에는 한 쪽에 스티로폴 종이 상자와 다른 쪽에는 낡은 T셔츠 3벌, 수건 1장, 기내용 슬리퍼, 밀수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주머니 8개가 붙은 흰색 조끼1벌, 플라자호텔 메모 지와 화장지 등 이 들어 있었고 T셔츠 레이블에 영문으로「탄렝화」(TEN·LENG·HWA)라는 글자가 사인펜으로 적혀 있었다.
세관은「탄렝화」라는 이름의 외국인 출입국 사실을 컴퓨터조회 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세관은 가방 속에 지난 5일자 홍콩 신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근 입국한 홍콩 인이 국내 조직밀수단으로부터 이미 밀수품을 전해 주고 대금을 견제 받았거나 밀수 자금을 받아 유출을 기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세관은 여행자 수표 중 32장은 미국은행(BA)의 외환은행권이고 나머지 방장은 미국의 시티코프(CITI CORP)발행권인 것을 밝혀 내고 외환은행 등에 수표의 일련번호를 조회, 발행 받은 사람의 신원을 찾는 한편 재무부 홍콩 주재원 등 해외주재관 등을 통해「탄렝화」라는 이름을 조회했다.
세관은 이와 함께 플라자호텔 등의 투숙객 중 홍콩인의 명단과 지난 1일 이후 입국한 외국인 3선 명에 대한 출입국 상황 및 외화가 발견된 시간 이후에 홍콩으로 출발하는 KAL 616편, CPA 410편, CAL 824편의 예약 객 명단을 근거로 수사를 펴고 있다.
또 명동과 동대문·남대문 시장 등 암달러상을 대상으로 거액의 달러를 바꾼 사람을 찾고 있다.
밀수자급으로 보이는 미화 김포공항 세관 사상 최고의 액수인 발견됐다. 가방 속에는 주 34만 달러가 든 가방 3개가 주인 없이 주머니 8개가 달린 조끼와 홍콩 발행 신문도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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