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리 배우니 시댁서 좋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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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산청군에 사는 외국인 주부와 그 가족들이 문익점 목화시배지 등 인근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다. [산청군청 제공]

14일 오후 3시 충남 청양군 청양읍 복지회관.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외국인 주부 12명이 한국 요리법을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의 '과제'는 닭볶음탕과 감자탕. 요리연구가 최병숙(43.여)씨가 날렵한 솜씨를 선보이며 강의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일부는 삐뚤삐뚤한 한글로 요리법을 꼼꼼히 적고 있었다.

일본 출신의 고우자이 아스요(香西康代.36)씨는 "한국 요리를 배운 뒤 자신감이 생겼고, 남편과 시어머니 등 가족들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 주부들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구 감소 및 노총각 결혼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어업 종사자와 결혼한 외국인은 1814명이다.

◆ "친정 나들이 비용도 지급"=청양군은 지난해부터 6~7월 중 매주 화.목요일 두 시간 동안 '외국인 주부 한국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500여만원의 비용은 충남에서 지원하는 여성발전복지지원 사업비와 청양군 자체 예산으로 부담한다. 특히 강원도 일부 자치단체는 외국인 주부의 '친정 나들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까지 하고 있다.

2002년 중국 옌지(延吉)에서 시집온 임봉녀(32)씨는 정선군의 지원으로 2월 남편.딸과 함께 친정에 다녀왔다. 임씨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친정 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4박5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신혼여행'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전국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한 양양군은 지금까지 18가구를 지원했고, 정선군은 2002년 이후 33가구에 친정 나들이 비용을 지급했다. 철원군(2003년 도입)과 횡성군(지난해 도입)도 각각 17가구.6가구에 같은 혜택을 줬다. 가구당 지원액은 부부와 자녀의 왕복 항공료를 포함해 중국 등 가까운 나라가 100만원, 우즈베키스탄 등 먼 곳은 300만원 정도다.

전남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화순의 한 리조트에서 외국인 주부 40쌍을 대상으로 '부부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을 열었으며, 경남 산청군은 문화유적지 답사를 실시했다.

◆ "정착 위한 근본적 대책 필요"=경북에서는 올해 말부터 나이나 출신국가별로 나눠 '맞춤식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정착 기간이 긴 중국이나 일본 출신의 주부들에게는 컴퓨터 교육과 일자리를 알선하는 한편 사회 봉사활동 참여 등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대신 나이가 어리거나 정착 기간이 짧은 베트남 출신의 주부 등에게는 한국어와 문화적응 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방침이다.

최준호.이찬호.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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