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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투기 타고 항공모함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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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전 종전 선언은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을 태운 S-3B 해군 대잠(對潛)전투기가 캘리포니아 남단의 샌디에이고를 이륙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잠시 후 전투기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태평양을 건너 귀환 중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함상에 안착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투기 조종사 복장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미 대통령이 전투기 조종사 복장을 한 것은 처음이다.

도열해 있던 5천여명의 미군 병사들은 열광했다. 이 장면은 TV로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부시 대통령은 오후 9시부터 약 20여분간 연설했고, 항공모함에서 1박을 했다. 워싱턴의 저명한 정치 평론가 데이비드 거건은 폭스TV에 출연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과 한 악수 이래 가장 볼 만한 행사였다"고 극찬했다.

반면 CNN방송은 "민주당 일부에선 대통령 선거용 행사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환호하는 해군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부시 대통령의 모습은 2004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이미지"라고 지적했다.

◆자신감 넘친 종전 선언=부시 대통령은 "기뻐하는 이라크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영원한 매력을 목격했다"면서 미군이 점령군이 아니라 해방군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이 쫓겨남으로써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들이 더 이상 무기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후세인과 알카에다를 직접 연결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이라크전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전을 '하나의 승리'라고 정의하면서 '테러리스트 그룹과 연계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소유한 불법정권'을 언급했다. '악의 축'가운데 남은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런 정권들은 문명세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적이 우리를 치기 전에 먼저 적을 제지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독트린'으로 불리는 예방적 선제공격론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또 "무력은 마지막 수단이지만 우리의 안보 위협에는 응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만만치 않은 남은 과제=무엇보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공언했다. 후세인의 생사 여부도 미국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규명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1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은 그동안 일방주의 때문에 외교적 마찰이 있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겸손하기는커녕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국가들에 보복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경제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64%는 경제가 나쁘다고 대답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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