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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음료 업계, 담배에서 배운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청량음료 메이커들도 판매감소에 맞서 ‘건강을 중시하는’ 대안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김빠지는 글로벌 청량음료 시장의 음료업체들이 담배업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담배 업체들은 소비자 취향 변화, 건강을 해친다는 경고, 그리고 갈수록 엄격해지는 규제환경 속에서 수십 년간 매출이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청량음료 메이커들도 요즘 비슷하게 불황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담배업계의 마케팅 전략을 베껴 쓰고 있다.

대형 청량음료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대형 담배업체들의 아이디어를 재활용해 왔다. 담배 연기 흡입량을 줄여주는 필터는 1920년대 담배업계에 도입됐다. 그리고 1960년대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자 청량음계 선도업체인 닥터 페퍼(지금은 닥터 페퍼 스내플 그룹)와 코카 콜라 컴퍼니는 설탕 대용품으로 감미한 다이어트 음료를 출시하고 운동선수와 체중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쳤다.

상당수 청량음료 메이커도 담배업체들과 다르지 않다. 요즘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대안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주력 제품의 매출감소를 통제하려는 시도다. 담배업체들은 전자담배 메이커를 인수하고 멘톨 같은 향을 추가했다. 한편 탄산음료 메이커들은 당분이 청량음료보다 훨씬 적고 항산화 물질을 함유한 차 음료를 출시한다. 물론 대안 상품들이 건강에 얼마나 이로운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다.” 코카콜라 CEO 무타 켄트가 10월 하순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무알코올성 음료의 시장 환경은 “말하나마나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가능한지 알며 그것을 실행할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코카콜라의 최신 제품 중 하나인 ‘코카콜라 라이프’는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로 단 맛을 낸 ‘중간 칼로리(mid-calorie, 0% 칼로리와 100% 칼로리의 중간)’ 음료다. 그린 라벨을 부착한 240㎖ 유리 용기에 담겨 나온다. 이 음료는 영국·스웨덴·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에서 이미 판매 중이다. 미국에선 지난 9월 남부 일부 지역에 선보였다. 그리고 11월 전국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건강을 중시한다.” S&P 캐피털 IQ의 소비자 기본 식료품 애널리스트 조셉 애그니스가 말했다. “청량음료업체들의 전략은 주스와 생수 같은 고속성장 시장에의 노출 확대다. 또한 청량음료에 대체성분을 추가해 이들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애쓴다.”

또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그룹에 어필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닥터 페퍼 스내플 그룹은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와 소비하는 칼로리의 균형을 잡는, 영양균형을 바탕으로 한다”고 자처한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칼로리 대안을 가진 뛰어난 맛의 제품들”로 상품을 구성한다. 코카콜라는 비만 퇴치 광고 캠페인까지 개시했다.

세계 최대 청량음료 회사인 코카 콜라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10월 하순 발표했다. 지난 2월 CEO 켄트는 2016년까지 10억 달러의 원가감축을 약속했다. 그 뒤 다시 2019년까지 연간 30억 달러씩 원가를 줄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마케팅 향상과 글로벌 공급망 효율화를 결합하는 방법이다. 7~ 9월 기간 중 북미 지역 청량음료 매출이 감소했으며 글로벌 수요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커원 컴퍼니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내 탄산음료(carbonated beverage) 판매증가율은 1970년대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청량음료 판매는 9년 연속 감소했다.

당분을 줄인 음료의 전망은 더 달콤하다. 차와 생수가 코카콜라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한다. 파워에이드와 비타민 워터 같은 에너지 음료와 주스 혼합제품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러나 오렌지 주스조차 타격을 받고 있다. 당분의 해악이 비타민C의 혜택을 능가한다는 인식과 가격인상 탓이다. 오렌지 주스 소비는 1998년 고점 대비 45% 감소했으며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미국 농무부 자료). 코카콜라의 아니스트 티 같은 차 음료(ready-to-drink teas) 상품의 미국 판매는 2017년까지 연간 6%씩 증가가 예상된다(트레피스 리서치). 청량음료는 여전히 코카콜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카콜라의 최대 라이벌인 펩시코 역시 제품을 다양화하며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CEO 인드라 누이는 향후 5년 동안 원가를 50억 달러 감축해 이익을 늘인다는 계획이다. 펩시코의 3분기 영업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 가량 향상됐다. 하지만 청량음료보다는 프리토-레이와 퀘이커 스낵 사업의 강세 덕분이다. 펩시코의 청량음료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으며 북미 비탄산음료의 매출이 청량음료 판매의 1.5% 감소를 상쇄한다.

“청소년층의 청량음료 소비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 미래 판매량 증가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커원사 담배·청량음료 애널리스트 비비엔 에이저가 최근 리서치 보고서에서 썼다.

청년층의 흡연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미국 내 담배소비가 4% 감소했다. 유럽 지역 판매는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여러 신흥시장에서도 소비가 둔화하거나 줄어드는 중이다. 전체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미국 시장의 10배다. 지난 수년간 담배 소비가 횡보세를 보이거나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에 따라 담배 메이커들은 판매 상품을 다양화했다. 멘톨 같은 새로운 향과 전자담배를 포함시켰다. 모두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로우며 심지어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다는 주장까지 한다. 멘톨 담배는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3년 예비조사에서 멘톨이 흡연을 더 쉽게 시작하고 끊기는 더 어렵게 만드는 듯하다고 평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전자담배가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며 실내에선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담배 메이커들은 청량음료 업체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니코틴 중독의 흡인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에이저가 말했다.

청량음료는 중독성이 훨씬 떨어지며 생수로부터 커피에 이르기까지 대체품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현재로선 코카콜라와 펩시코는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현금을 창출한다고 애그니스가 말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가 엄청나다”고 그가 말했다.

글= MEAGAN CLARK IBTIMES 기자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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