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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참수가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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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확대는 유튜브로 중계된 미국 기자 2명의 섬뜩한 참수에 대한 혐오감이 기폭제가 됐다. 그뒤로 영국인 구호대원 2명도 비슷하게 소름 끼치는 운명을 맞았다. 그리고 그 테러리스트들은 또 다른 미국인을 다음 희생자로 지목했다.

이 같은 참수에 전 세계가 들끓고 있지만 실상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랍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반체제 활동 등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다. 세계 언론은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실제로 사우디 왕국에선 지난 1월 이후 59명의 머리가 베어졌다. 이 같은 “칼을 이용한 처벌”은 수 세기 동안 지속돼 왔다.

사우디의 사법체제는 이슬람의 샤리아법(코란의 가르침에 기초한 율법)을 토대로 한다. 샤리아를 채택한 몇몇 국가에는 형법이 있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없다. 일부 운동가들의 개혁 요구가 있었지만 묵살됐다.

사우디의 참수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지상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홀로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아침식사를 한다. 운이 좋으면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발륨 같은 신경안정제를 줄지도 모른다. 처형은 보통 아침에 광장에서 거행된다. 그 사막왕국에 혹독한 더위가 찾아오기 전이다. 아직까지 사람을 공개 처형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북한, 소말리아뿐이다. 처형 광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든다. 영국 작가 존 R 브래들리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공개 참수가 축구경기 말고는 “유일한 대중적 엔터테인먼트의 한 형태”다.

수도 리야드에선 황토색의 디라 광장에서 참수가 많이 거행된다. 찹찹 광장(chop에는 ‘칼로 내려치다’는 뜻이 있다)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갖고 있다. 사형수가 도착하기 전에 경찰과 치안병력이 주변 정리를 한다. 호기심 많은 구경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차단선을 치기도 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형수를 광장 한복판으로 데려가 맨 땅 위에 세워 놓는다. 무하마드 사드 알-베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 집행인 중 하나다. 2003년 6월 그가 사우디 신문 아랍 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이쯤에서 사형수가 탈진과 공포에 휩싸여 자포자기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치지도, 속박에 저항하지도 않게 된다.

“[사형수가] 공개 처형장에 이를 즈음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고 알-베시가 말했다. 하루에 최대 7명까지 참수를 했으며 자신의 직업을 “신이 주신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 일이 특별히 끔찍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고 한다. 때로는 사형수의 목을 베기 전에 그들의 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을 맞게 되는 남녀를 위해서지 자신을 위해서는 아니다. “나는 항상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희망을 품는다. 죄수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언제나 그런 희망의 불씨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그가 신문에 말했다.

그는 참수 집행의 대가로 얼마를 받는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칼(그는 실제론 단검을 선호하며 직접 칼날을 간다)은 사우디 정부가 무상 제공한 것으로 4000달러가량을 호가한다고 밝혔다.

알-베시는 1988년 제다에서 이 직업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참수 집행인 중에는 몇 대에 걸쳐 그 일을 해온 집안 출신이 많다. 마치 소중한 가보처럼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직업이다. 적어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사형 집행인이 머리만 베지는 않는다. 범죄 유형에 따라 손이나 다리 같은 다른 신체 부위도 절단한다.

사형수를 광장으로 끌어낸 뒤 무릎을 꿇린다. 그리고 주위에 비닐 봉투를 펼쳐 놓는다. 머리가 떨어져 나갈 때 쏟아지는 피를 받기 위해서다. 운이 좋으면 단칼에 목이 떨어져 나간다. 알-베시는 손을 자를 땐 관절을 내려친다고 한다. “다리의 경우에는 관리가 지정해 주는 곳을 절단하면 된다.”

최근에는 사우디 왕국에서 참수 집행인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에 따라 2013년 참수 폐지론이 잠시 거론되기도 했다. 2013년 내무부·법무부·보건부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참수형의 폐지가] 현실적으로 타당한 듯하다. 특히 공식 참수 집행인 구인난 또는 몇몇 경우 처형장 늑장 출두도 감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필시 이 문제는 여전히 검토 중인 듯하다.

처형 집행인은 항상 남자가 맡는다. 사형수와 대화가 허용되지 않는다. 집행인이 사형수의 죄상과 코란 몇 구절을 낭독한다. 천으로 사형수의 눈을 가린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칼을 내려칠 때 사형수가 겁에 질려 몸을 돌릴 경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단칼에 목이 떨어져 나가지 않거나 칼날이 표적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피가 비닐 밖으로 튀어나가고 머리를 수습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사형수는 목의 부드러운 부분이 겉으로 드러나는 옷차림을 하게 된다. 양 손은 등 뒤로 돌려 포박한다. 모든 관계자가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다. 그 이유는 리자나 나피크 처형 동영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고용주의 4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죄를 범한 24세의 스리랑카 가정부다. 그녀는 좌우로 몸을 흔들어 처형작업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었다(나피크는 아이가 우유병에 질식사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참수됐다).

몇몇 흥분한 군중이 소리를 지를 가능성도 있다. “그들은 그런 광경에 익숙해 있다”고 국제사면위원회의 세바그 케치치안이 말했다. 처형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소문은 대체로 빠르게 확산된다. 때로는 내무부의 누군가가 사형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운동가, 인권 조사원 또는 기자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 당국자가 사형수의 가족들을 위협 또는 협박할 가능성도 있다.

광장에선 경비원들이 각자 자리에 배치되고 지프차들이 그 뒤를 받친다. “그 다음 처형 명령을 낭독하고 신호에 따라 사형수의 머리를 벤다”고 알-베시가 설명했다.

대부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칼이 내려올 때 머리가 똑바로 고정돼 있다면 대체로 절단이 상당히 깔끔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때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도 한다.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 몸통에서 튀어 오르는 듯 보인다. 마치 인형의 몸통을 세게 압박했을 때와 비슷한 모양새다. 머리는 몸통의 앞이나 옆으로 굴러 떨어진다. 심장이 박동을 계속하는 얼마 동안 몸통이 경련을 하듯 움찔거린다. 그뒤 사형 집행인이 뒤로 물러선다. 다른 사람이 앞으로 나서 머리를 주워 든다. 또 다른 사람이 몸통을 수습하는 동안 그것을 실어 나를 지프차가 다가온다.

그러나 사형수는 죽어서도 자유의 몸이 되지 못한다. 참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반대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군중에게 보내려는 목적이다. 스피커를 통해 죄수의 죄상을 알린다. 시체를 곧바로 실어가 매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도나 마약밀매죄의 경우에는 시체 또한 기둥에 내걸리게 된다. 2013년 참수된 예멘인 7명의 경우처럼 말이다.

머리 없는 몸통을 책형에 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중기로 사체를 들어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기둥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몸통이 공중으로 올려지는 동안 머리는 피를 받기 위해 땅에 놓아 뒀던 것과 비슷한 비닐 봉지에 넣어 둔다. 그뒤 머리를 몸통 위쪽으로 올려 따로 떠 있는 듯이 보이도록 한다. 최대 4일 동안 그런 상태로 시체를 매달아 두기도 한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경우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엽기적인 경고다.

이상 사우디 아라비아의 참수형에 대한 묘사는 한 인권단체가 제공한 다수의 동영상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국제사면위원회와 휴먼 라이츠 워치 모두 이 관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최근 몇 개월 사이 사우디 왕국에서 참수의 급증을 지적하는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8월 4일~9월 22일 사이 31명이 참수됐다. 6월부터 7월까지 이어지는 성스러운 라마단 금식기간 이후였다. 9월 22일의 마지막 희생자는 ‘마술을 부린’ 죄였다. 평균 하루 건너 한 명에 가까운 비율이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은 잠잠했다. 이슬람의 연례 성지순례인 하지 때문일지 모른다. 무슬림 남성들이 평생에 최소 한 번은 해야 하는 종교적 의무다. 수주간 이어지는데 최근에 끝났다. 그것이 참수 퍼레이드가 둔화된 이유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 몇 년 간의 통계를 볼 때 사우디 정부에 참수 할당량이 있는 듯하다고 국제사면위원회의 케치치안이 말했다. 올해 집행된 참수는 2012년이나 2013년의 전체 건수에 이르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참수에 다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2013년에는 연초부터 6~7월까지 참수가 급증했다. 그뒤 뚝 끊겼다. 이는 사우디 정부의 누군가에게 참수형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을 나타내는 듯하다. 2013년에는 참수가 79건에서 중단됐다. 전 해와 같은 수치였다.

“우리는 추측만 할 뿐”이라고 케치치안이 말했다. “올해는 서서히 시작됐다가 라마단이 끝나자마자 급증했다. 한 달 동안 하루 한 건 꼴로 처형이 집행되기 시작했다. 내 추측으로는 이드 알-아드하(하지 이후 열리는 희생제) 이후 연 평균 수준을 맞추려고 속도를 올릴 듯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방대한 석유자산과 전략적·군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사우디 정권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들이 왜 사우디의 소름 끼치는 중세풍 공개처형을 공개적으로 규탄하지 않는지는 미스터리다. 지난 9월 존 F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아랍 외교관들을 만났다. ‘이슬람 국가(IS)’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도 인권침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이중잣대가 존재한다. 예컨대 이란은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적 라이벌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같은 정치인들이 종종 이란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지적한다. 이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 중 하나지만 실제론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정치 절차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우디아라비아의 문제만 못 본 척하는 걸까? IS의 참수에는 혐오감을 드러내면서도 사우디의 참수는 외면한다. “이슬람 국가의 관행을 비난하면서 사우디 왕국 자신은 그런 관행을 승인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베이루트에 소재한 카네기 중동 센터의 리나 카티브가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죄수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이슬람 국가의 폭력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이는 폭력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정통성 결여가 비난의 초점이라는 의미”라고 그녀가 말했다. “국가에 의한 폭력은 허용되지만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이 참수 당하는가? 참수로 이어지는 범죄는 대부분 인명과 무관한 듯하다. 간통, ‘마술’ ‘마약수취’ 등이다. 지난 8월 참수 당한 4명의 사촌이 그런 경우였다. “잘못을 범할 경우 당사자들을 구제할 길이 없는 범죄다.” 휴먼라이츠 워치의 애덤 쿠글이 이 같은 처형에 관해 말했다. “최종적인 판결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형법이 없다는 것은 선고가 대체로 자의적임을 의미한다. 선고가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다고 쿠글은 말한다. 올해 참수를 당한 59명 중 20명이 마약밀매로 기소됐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대체로 “거물 마약밀매자가 아니라 대마 거래로 잡힌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운동가가 말했다.

“(예멘에 가까우며 사우디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부족한) 남부 지방 상황을 당국자들이 우려해 마약밀매자들을 더 엄중히 단속한다.”

희생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기타 중동 지역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헤로인 밀매자 중 상당수는 파키스탄 출신이다. 강도·살인·마약 또는 소아성애 외에 참수형을 부르는 다른 범죄항목 중 하나는 반체제 정치활동이다. 2011~2012년 봉기했던 시아파 시위대처럼 정부에 항거하거나 개혁을 촉구하는 운동가들은 선고 후 참수 당하기까지 수 개월 또는 수 년 동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처형 대기자 중 한 명인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알-님르는 2012년 7월 체포됐다. 동부 카티프 지방에서 폭력을 선동하는 연설을 하고 소요를 후원한 죄로 그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카티프는 사우디 왕국의 소수 종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에 대한 최종 판결은 지난 9월로 예상됐지만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18세 미만이었던 님르 알-님르의 조카도 참수형을 선고 받았지만 현재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IS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동맹국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비난하지 않는 한 공개처형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IS가 저지른 잔학행위를 포함해 중동지역에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케치치안이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정부가 그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우려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면 가장 가까운 우방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사진 설명
1. 사우디 경찰이 단속에 적발된 불법 이민자들을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태우고 있다.
2.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금요일 저녁에 태형이 집행된다. 공개 참수형도 수세기 동안 이어져 왔다. 당국에 참수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는 추측도 있다.
3.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사형 집행인이 머리만 베지는 않는다. 범죄 유형에 따라 손이나 다리 같은 다른 신체 부위도 절단한다.

글= JANINE DI GIOVANNI 뉴스위크 기자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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